北 6차 핵실험과 표류하는 南 대북정책 목표

북한의 6차 핵실험은 결국 언제 터지냐의 문제였을 뿐 (북한이)할까, 말까의 사안은 애초부터 아니었다. 문제는 항상 ‘그 다음엔(after then?)’이나 한국은 여전히 어떤 모범답안도 갖고 있지 못하다. 한가지는 분명하다. 문재인 정권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돈’(경제)으로 ‘평화’(정치)를 살 수 있다는 맹신을 이어가고 있다는 거다.

한 때는 “혹시 그럴지도?” 라고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일 때가 잠시 있었다. 지금은 차원이 달라졌다. 다만 이 ‘촛불정권’만이 진실을 애써 외면할 뿐이다. 온갖 억측이 억측만이 아닌 분명한 이유와 설득력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끊임없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담긴 의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북한은 언제까지 핵 실험을 계속할까?

지난 4월 위기설(당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을 넘어 8월 괌 타격설을 둘러싼 말싸움이 잦아들자 기습적으로 단행된 6차 핵실험. 핵 완성의 시간표는 자신만이 쥐고 간다는 일관성을 변함없이 보여줬다.

미국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걸 북한도 알 텐데 왜 미국을 상대로 부질없을 한판 싸움을 벌이겠다는 오기를 키워올까? 그것은 진심일까? 천만에! 3대에 걸쳐 세뇌시켜온, 즉 미 제국주의로부터 ‘조선반도’를 지켜내고 적화 통일의 기반을 닦기 위해선 미국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야말로 최고, 최적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해줄 카드는 남한이 북한의 지배체제 밑으로 들어가겠다는 선언 외에는 길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 포기하지 않는 자생적 남한 내 공산혁명이 유일한 방법이다. 북한이 문재인 정권을 늘상 대놓고 욕하는 걸로 봐서는 우습게 보거나 기대 이하라 더욱 불만이거나 두고 보겠다는 신호이거나 셋 중 하나다.

둘째, 어디가 ‘레드라인’ 인가?

북한은 지난 10년 간 핵 실험(A)과 탄도미사일(B)의 고도화를 병행 발전시켜 왔다. A와 B의 개별 실험은 주거니 받거니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며 일정수준을 넘어섰다. 북한이 매번 단계를 뛰어넘을 때마다 남한 당국의 평가는 ‘아직은’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해왔다는 건 어떤 대응을 할지에 대한 결단이 부재한 탓이었다.

마지막 레벨은 이 두 가지의 완전한 결합(C=A+B)이다. 그 결과치는 핵 탄두를 실은 탄도미사일이 태평양도 거뜬히 건너갈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완전한 ‘이벤트’만 남았다. 얼마 전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그럴싸한 ‘쇼케이스’였다.

과거 정권이 세웠던 레드라인은 A 또는 B의 완성단계였다. 지금은 슬그머니 C로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나약하고 아무 의지 없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전락했어도 문 정권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기대치가 완전히 다르니까. 원래 싸워 이길만한데 싸우기 싫은 사람만이 말이 많아지는 법 아니던가!

중요한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에게 남한이 일정한 압력을 행사할 충분한 입장임에도 스스로 최전선에서 물러났기에 정작 선택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의 손에 달리게 됐다. 북핵 문제가 해결은 가능한가? 세 번째 의문이다.

10여 년 전 6자회담이 문을 닫기 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라는 이상적인 기준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기술적 진보는 불가역적이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현 단계에서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비핵화란 일단 핵 동결이다.

안보리 주도의 경제제재는 실상 이것을 목표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추가적인 핵 기술 진보나 핵 관련 물질을 북한이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한다는 거다. 추가도발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UN이나 미국은 일단 경제제재가 효과가 있다고 간주, 이완된 긴장의 장기 지속화 수순으로 진입할 수도 있었다.

정작 대북 경제제재에 통치철학적 정책의미를 부여한 인물은 일본의 아베 총리였다. 자민당 간사장 대리였던 2004년 ‘주간 문예춘추’(2004년 12월 23일 자)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독자적 대북 경제제재의 목적은 북한 정권의 전복임을 분명히 했던 것이다. 당시 게재된 인터뷰 제목은 “경제제재는 김정일 체제 붕괴로의 첫걸음”이었다.

넷째, 해결 가능한 시나리오는 있는가?

한국의 핵무장론은 사변적일 뿐이다. 미국의 핵우산 개념이 전술핵 배치에서 전략폭격기의 기민한 기동으로 바뀐 지 오래다. ‘확장적 억제(Extended deterrence)’란 그 뜻이다. 현재 국제 안보지형도에서 미국은 핵 무기의 전진배치를 ‘매우’ 신중히 고려한다. 일본과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용인하기란 아직 먼 얘기다. 남아 있는 옵션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전환의 속도는 단발마 같은 고속정이 아니라 한번 ‘턴’하는 게 크고 느린 항공모함과도 같다. 그 대신에 한번 바뀌면 그거야말로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불가역적인 것이다. 가속화되는 북한의 핵 도발은 미국의 그 ‘티핑 포이트’를 점점 당기고 있다.

만약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미국산 핵 미사일의 전진배치로 에워싼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한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에까지 미국의 전략, 전술핵을 전진배치하는 거다. ‘사드’ 보내고 ‘핵 미사일’ 들어오는 거다. 중국의 목줄에 직접 칼을 겨누는 모양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미 해안으로 핵무기를 실은 소련 선단이 접근하자 최고조에 달했다. 역설적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 미소 간 ‘핫라인’이 개설되는 등 양국은 장기간 평화모드로 잠행했다. 중국이 1962년 미국의 입장에 처해지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북한이 중국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을까?
중국이 북한의 숨통을 끊어놓게 만드는 것. 그것이 강대국 그들이 당장 원하고 있는 ‘그림’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일단 핵 없는 북한이지 ‘김정은 없는 북한’은 아니다. 북한이 이처럼 대담할 수 있는 바탕엔 그 누구도 역내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안보변수의 등장을 원치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 임계점을 자꾸 높이고 있는 거다.

한국외교의 지향점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 무엇으로 주변국에 통일의 명분을 설득할 것인가? 그것은 단지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체제의 이슈만도 아니다. 생의 철학에 관한 형이상학적이고 인류애적인 인륜의 문제다. 그 보편성이 구체적 설득력을 얻을 때 비로소 강대국도 수긍할 명분이 생긴다.

고차원의 명분은 경제적 사안으로 환가될 수 없다. 사람의 성정은 복잡다단해 보여도 보편적 인류애를 뛰어넘는 가치를 아직까진 개발해 내지 못했다. 10년을 끌어온 북핵 문제는 10차 실험까지 갈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C(핵과 미사일의 완전한 결합)의 완성시점이 미국의 ‘결정적 순간(미국의 티핑 포인트이자 중국의 임계점)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누구도 그 시점과 방식을 점칠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은 그 쓰나미를 피해갈 수도 자체 힘으로 막을 수도 없다는 건 명확하다.

더욱 큰 문제는 그 이후의 ‘모범답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겨우 자민당 간사장 대리였던 시절에 이미 대북제재의 목표를 ‘김정일 정권의 전복’이라 밝힐 만큼 분명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준 아베 총리에 반해, 정작 이 땅의 대통령들은 고작 ‘대박’타령으로 국민의 통일 의지나 동기를 자극할 수 있다고 믿거나,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무책임한 낭설만 쏟아냈다.

이제는 현직 대통령의 대북정책 목표는 뭔지도 모르겠다. 북한과의 화해와 공존? 남한은 북핵을 용인할 수 있다고, 우리는 아무 문제 없다고만 한다면 주변국 모두가 동의해줄까? 어쩌면 지금 이 정권이 보내는 신호는 바로 그것, 우리는 아무 문제 없으니 제발 미국은 가만히 있으라는 메시지는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어쩌랴, 북한은 핵 실험을 계속 할 테고, 먼저 멈추지 않는 한 미국이 던질 ‘불과 분노’의 화살이 중국이든 북한이든 시위를 떠나 날아가는 순간, 그 이후 벌어질 상황과 미래에 대한 한국의 모범답안이 없는 한, 누구도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을 텐데 말이다.

결국 이 나라의 진짜 운명(전작권이나 사드 배치가 운명의 본령은 아님에도 늘 본질은 외면하는 한국 정부닐터!)은 언제까지 남의 손에 달려 있어야만 하는 건지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오리무중이다.

<사족>

정작 나의 안타까운 염려는 미중-북미 간 정치적 결말이 아니다. 여섯 번에 걸친 핵실험으로 풍계리 일대는 완전히 오염됐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안타깝다. 지하 핵실험은 지하 갱도를 1km이상 수직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는데 북한이 그리 했을 리 만무하다.

적당히 깊지 않게, 거의 수평에 가깝게 산 밑으로 파고 들어가 핵 실험을 했을 거란 심증이다. 갱도는 더 쉽게 무너져 내릴 테고 낙진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 토양은 물론, 그 땅에 뿌리 박고 있을 모든 식물은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에 오염돼 있을 것이다.

여기서야 그 문제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테지만 참 안타깝다. 고작 안타깝다고 밖에 달리 할 수 있는 말도 없으니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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