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자 휴회사태’ 美 길들이기 수순인가?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이 또 다시 방코델타아시(BDA)에 발목이 잡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번 휴회 사태는 향후 북핵 협상의 주도권이 북한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이 BDA 내 북한계좌에 대한 전액 동결해제를 결정함에 따라 이번 베이징 6자회담에서 ‘2·13 합의’ 초기단계 이행 점검과 불능화 단계에 대한 로드맵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북한 자금 송금 문제로 올스톱 됐다.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2일 회담이 끝나기도 전에 참가국들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평양으로 귀환해 참가국들을 당황케 했다. 6자회담은 재개 일정을 잡지 못한 채 자동적으로 휴회하게 됐다. 북한을 제외한 회담 참가국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돼버렸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BDA 송금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일절 논의에 임할 수 없다고 버텼다. 따라서 초기조치는 물론 불능화 조치 등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의 미-북회동 제안도 끝까지 거부했다.

BDA에 동결된 북한자금 2천500만 달러는 미북간 합의에 따라 BDA에서 중국은행 내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옮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은행이 불법행동과 관련된 자금을 받을 수 없다며 이체를 거부했고, 50개 북한계좌 송금에 필요한 이체신청서를 한 사람 명의로 했다가 거부당하자 뒤늦게 다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은행이 BDA 자금 수용을 꺼려하자 ‘송금을 받아도 미국 금융기관들과의 거래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으로 재무부 차원의 서면 보장까지 제시하며 중국은행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은행은 당초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자사를 통해 제3국 금융기관으로 BDA자금을 이체할 수 있도록 중간 경유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외 달러거래는 반드시 중국은행을 경유해야 한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BDA 송금 지연으로 6자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것과 관련, “자금이체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에 지나지 않아 북한이 ‘2.13 합의’를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으로선 BDA 자금문제의 해결에 필요한 조치를 사실상 완료했다”며 “자금이체의 기술적인 문제가 6자회담의 진전을 늦추지 않길 희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6자회담을 과정을 통해 북측이 보인 행태와 관련해 북한이 초기단계 이행조치 기간에 지켜야할 영변 핵시설의 폐쇄·봉인 등 초기조치와 불능화 단계 이행과정이 앞으로 극도로 사소한 절차에 의해서도 큰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갑작스런 행동들이 6자회담을 사실상 북한이 의도하는 바대로 끌고 가기 위한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BDA 문제 해결로 6자회담이 재개돼 ‘2.13 합의’에 따른 북핵 폐기 절차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언제고 북한이 만족하지 않으면 일방적인 테클 걸기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렇게 되면 6자회담 관련국들은 매번 평양발 베이징행 비행기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다른 5개 6자회담 참가국 대표단을 수일간 기다리게 하고 회담장을 나간 것은 핵 제거 이전에 자신들이 얻을 혜택을 먼저 얻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이것은 분명히 매우 오만스런 행동이나 사실은 북한 특유의 협상 기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BDA 자금 전액 해제 요구에 항복한 것은 미국이 돈세탁이나 마약 밀매 등과 같은 불법 활동에 강하게 대처할 의향이 별로 없다는 위험한 신호를 준 것”이라며 “결국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태평양연구소장은 “2·13 합의 이후 60일 동안 중요한 것은 북핵문제 해결속도뿐 아니라 참가국 사이의 신뢰형성인데 이번 일로 북한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힐 차관보의 입지도 약화될 것”이라며 “북한은 앞으로도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을 폐기하라며, 그 증거로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적성교역국 지정 해제 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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