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자회담 재개조건 마련 거듭 촉구

북한 외무성은 2일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비난 발언을 거론하면서 6자회담 재개에 필요한 명분과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무성 대변인의 이같은 입장은 조셉 디트러니 국무부 대북 협상 대사가 지난달 13일 뉴욕채널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하의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달하고 같은달 22일 미측 태도를 더 지켜보겠다고 밝힌 이후 첫 반응이다.

외무성은 체니 부통령의 발언을 추호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6자회담 문제가 일정에 오르고 있는 때 나온 체니의 망언은 우리더러 6자회담에 나오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못박았다.

뉴욕채널 가동 이후 신중하게 입장 정리를 하고 있는 와중에 북한이 금기로 여기고 있는 최고지도부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는 것이 회담 복귀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에 6자회담 무조건 복귀를 요구하면서도 그에 필요한 조건과 명분을 마련해 달라는 초보적인 요구도 묵살한 채 오히려 체니 부통령 등 미 행정부 고위인사들 사이에서 강경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미 지난달 22일에도 뉴욕 접촉 이후 미 고위 인사들의 대북강경 발언이 잇따르면서 혼돈을 조성하고 있는 데 대해 주의를 환기시켰으며 앞으로 사태발전을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향이라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철회하고 회담 재개에 필요한 명분과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직까지 6자회담 복귀 여부에 대한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았으며 앞으로 계속미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강경매파의 우두머리인 체니 발언을 통해 매파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우리가 강경매파를 상대로 핵 및 6자회담 문제를 다뤄온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를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고 말한 대목이다.

미국내에서 핵문제와 관련해 여러가지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이끌고 있는 강경매파의 태도를 기준으로 핵 및 6자회담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디트러니 대사의 입장 표명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신중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체니 부통령 등 강경매파들의 비난발언이 잇따르고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하고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회담 재개 명분을 주지 않고 거꾸로 김정일 비난 등 엉뚱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라며 “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최소한 북한 지도부에 대한 비난만큼은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