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자회담 이후 ‘경제제재 대응’ 징후

▲ 북한 주민들이 모내기하는 모습 <사진:연합>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선언 직전인 5월 말 전국적으로 ‘모내기 총동원’을 선포하고 장마당까지 폐쇄하며 전 주민을 한달 동안 집단농장에 강제동원했다는 북한 주민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8월 25일 중국 단둥(丹東)에서 만난 황해북도 사리원시 주민 박철용(가명, 42세)씨는 “5월 말부터 한달동안 군인, 학생, 노동자, 상인등 모든 주민들을 모내기에 총동원했다”며 “모내기 총동원 기간 동안 오후 6시 이전에는 장마당도 폐쇄해 주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모내기 총동원’에 대한 박씨의 증언은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출신의 탈북자들의 증언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박씨는 “모든 사람들이 하루 8시간씩 집단농장에 나가 일을 해야 했다. 한달동안 안전부에서 시내 거리와 장마당을 다 통제하고, 사람들을 단속했다. 국가에서 강경한 태도로 나오니까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수도 없고, 물건을 살수도 없어서 주민들 고생이 막심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북한은 학교, 직장 단위로 강제적인 ‘농촌지원’을 실시해왔으나 올해처럼 장마당까지 폐쇄하면서 전 주민을 강제동원한 적은 없었다. 박씨는 “외국에서 우리의 핵무기를 시비 삼아 식량, 비료 원조를 끊을지도 모른다”고 당간부나 인민반장이 주민들을 교육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북한이 6자회담 결렬시 경제제재 조치 등을 예상하고 장기전에 돌입하기 위해 식량증산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농업을 “사회주의 경제 전설의 주공전선”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다음은 박씨와의 인터뷰 내용.

‘모내기 총동원령’으로 장마당까지 단속

– 예전에도 ‘모내기 총동원령’이 있었나?

“원래 모내기 철이나 수확철에는 농장원들이 바쁘니까 학생들이나 노동자, 군인이 한 보름씩 농장을 지원한다. 그런데 올해처럼 장마당까지 폐쇄하면서 농사일에 동원한 적은 없었다.”

– ‘모내기 총동원’을 실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 간부들이나 인민반장이 하는 말이 ‘외국에서 우리의 핵무기를 시비 삼아 식량, 비료 원조를 끊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식량문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니 총력을 다해 식량문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일반 주민들의 불만이 대단했다. 외부원조라고 해봐야 일반 주민들에게는 차려지는 것이 없는데 주민들 입장에서는 원조를 받으나 안 받으나 똑같다. 그러니까 국가에서 아무리 말해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라도 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겠는데 이것마저 못하게 하니까 아주 힘들었다.”

– 중국에는 무슨 일로 왔나?

“신의주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을 통해서 중국과 무역을 하고 있다. 동생은 외화벌이 사업소에 있는데, 중국에서 물건을 사서 사리원에 도매로 넘기고, 북한 물건을 구해서 중국의 대방(소규모 무역회사를 일컫는 말-편집자 주)쪽에 넘기고 있다. 동생덕에 중국에 방문하게 됐다”

북한의 현금 유출 차단, 밀무역 성행

– 주로 어떤 장사를 하나?

“이것 저것 돈 되는 것이면 다 한다. 중국에서는 주로 밀가루를 들여오고, 북한에서는 버섯이나 약재, 마른 해삼 등을 구해서 중국에 내다 판다”

– 밀가루 장사는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인가?

“중국에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무역회사만 북한에 밀가루를 수출할 수 있다. 그런데 정식으로 밀가루를 수입하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가격도 비싸다. 나는 중국의 대방과 밀무역을 하는데 압록강을 통해서 넘겨받는다. 보통 1kg 당 조선돈으로 300~350원에 넘겨 받는다. 사리원에 가지고 가서 도매가로 1kg당 600~650원에 장마당 장사꾼들에게 넘긴다. 중국쪽 대방에서 넘겨오는 밀가루는 동생이 받는데, 3톤~5톤씩 모이면 내가 사리원으로 가져 간다”

– 중국쪽 대방에 결제 할 때 조선돈으로 결제하는가? 중국돈으로 결제하는가?

“일단 현금 거래는 못한다. 북한에서는 현금 반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북한으로는 (현금을) 얼마를 가지고 들어가던 상관하지 않는데,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가는 것은 아주 엄격하게 금지한다. 그래서 중국쪽 대방에 물건값만큼 ‘현물’을 보내준다”

이제 남자들도 장마당에서 장사해

– 최근 북한의 전반적 실정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보통 사람들은 아직도 먹고 살기 힘들고, 물가는 자꾸 비싸진다. 사리원에서는 이제 남자들도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를 한다”

– 남자들은 어떤 장사를 하는가?

“그래도 아직 체면이 있어서 먹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주로 옷장사, 생활용품 장사, 담배장사, 술장사를 한다.”

무상교육은 옛말, 돈 쏟아 부어야 하는 학교

– 아이들이 있나?

“아들이 둘인데 큰애는 중학교에 다니고 작은애는 소학교 다닌다”

– 요즘은 아이들 학교 보내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던데?

“이제 ‘무상교육’이란 말은 옛말이다. 교원들에게 배급을 안주니까 교원 월급을 학생들에게 걷는다. 학교운영비도 모두 학생들이 내는 돈이다.

인민학교 교복이 한 벌에 1천 5백원 정도 된다. 북한에서는 옷감이 없으니까 모두 중국에서 사 오는 것이다. 국가에서 30% 부담한다고는 하는데 아무튼 학부형이 내는 돈이 1천 5백이다. 여기에 교원들 월급으로 매달 2천원씩 내고, 학교운영비가 없으니까 파철, 파비닐, 파지 같은 것을 학생들에게 가지고 오라고 한다.

우리 작은 애는 한 달에 파철 15kg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그 파철을 대체 어디서 구하겠나? 파철을 못내면 1kg에 2백원씩 계산 해서 돈으로 내야 한다. 또 겨울에는 석탄이 없으니까 교실 난방을 한다며 나무를 걷는데 한 달에 40단을 내야 한다. 시내에서는 나무도 구하기 어려우니까 한 단에 20원씩 계산해서 돈을 낸다. 여기에 학교 페인트, 유리창 보수 이런것들도 학생들에게 다 지정해준다”

– 교과서나 학용품 상황은 어떤가?

“교과서도 다 학교에 돈을 내고 사야 한다. 학습장도 모두 장마당에서 사다 쓴다. 소학교 학생들은 작은 학습장을 쓰는데 32페이지짜리 1권이 15원이다. 중학교 학생들이 쓰는 학습장은 한 권에 25원에 팔린다. 연필은 수지연필이라고, 연필 알을 넣고 쓰는데 하나에 2백원씩 한다. 일반연필은 한 대에 25원씩 한다.

–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돈이 더 많이 드는가?

“중학교부터는 완전히 돈으로 졸업한다. 중학교 다니는 큰 아이는 한달에 만원 돈을 가지고 간다. 요즘은 대학에 가는 시험을 칠 때도 돈을 많이 낸다. 대학교는 교복도 완전히 개인이 사입어야 하고 기숙사에 있는 경우에는 자체로 쌀을 싸서 먹어야 한다”

– 물가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나?

“(웃음)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인데 왜 모르겠나? 어떤 물건이 값이 비싸고, 어떤 물건이 수요가 많은지 알아야 장사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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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원 아파트 한채 400만원

– 개인 주택 매매가 많다고 하던데?

“북한에서는 원래 모든 주택이 국가 소유니까 개인이 매매는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인데 요즘은 개인끼리 몰래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단칸짜리 6-7평짜리 평집의 매매가는 조선돈으로 100만원정도 한다. 작년에 내가 돈을 좀 모아서 사리원 시내 외곽에 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 420만원을 줬다. 방 두 칸짜리니까 그리 크지 않다. 시내 중심은 이것보다 비싸다”

– 전기사정은 어떤가?

“전기는 주민용과 공업용을 따로 보내주는데 주민용 전기사정은 나쁘다. 전기가 제대로 오지 않으니까 돈 많은 사람들도 전기밥솥이나 냉동기를 사지 않는다. 그래도 금년 5월부터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하루에 4~5시간 텔레비전 방송을 보내주고 있다”

– 전기세 물세는 얼마나 내나?

“전에는 분기마다 전기세를 걷어갔는데, 요즘은 매달 낸다. 전기세는 전구 하나당 한 달에 80원씩 낸다. 우리집은 전구를 4개 쓰기 때문에 한 달에 320원씩 낸다. 물세는 1인당 매달 16원씩 낸다”

– 최근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나?

“작년에 국가에서 휴대전화를 모두 몰수하고 난 후에 사리원에서는 휴대전화를 본적이 없다. 그런데 신의주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대부분 중국과 무역하는 외화벌이 일꾼들이나 화교들이 가지고 있는데, 중국쪽 대방에서 마련해준 중국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물론 국가에 적발되지 않게 몰래 사용한다.”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k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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