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간) 북한이 9월 중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초청한 것과 관련, 보즈워스는 북한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전제하면서도 6자회담 복귀라는 정치적 약속이 있을 경우 양자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이 양자대화 조건을 명시적 선언에서 약속 수준으로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환영하지만 6자회담 내에서 가능하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기 전에는 양자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재차 6자회담 내 양자회담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켈리 대변인은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겠다고 ‘동의(agree)’하면 북한과 ’대면(sit down)’할 것‘이라고 밝혀 6자회담 약속이 전제될 경우, 6자회담 이전에라도 북한의 대화 요청에 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하면 북미양자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완화된 입장을 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즉,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이 복귀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이 있다면 6자회담 재개 이전이라도 북한과 양자대화를 할 수 있으며 보즈워스 대표와 성 김 대표 등의 방북도 가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측에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태도가 당장 북한 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동안 북한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를 강조해 왔던 미국은 독자적으로 일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6자회담 참가국과 협의 과정은 무시할 없어 9월 중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한중일 방문 계획도 관련국들과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10월쯤에나 북한방문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미국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강행했던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로 1718호를 결의하자 6자회담에 복귀해 사실상 대북제재가 중단된 바 있어, 미국이 북한과 양자회담이 나설 경우 대북제재가 다시 중단되는 ‘면죄부’ 효과를 낳지 않을까하는 고민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재개하는 것만으로 제재를 중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비가역적인 비핵화 조치’의 진전이 있어야만 보상조치가 뒤따른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클린턴과 부시에 이 세 번째로 북한과 핵문제 논의를 준비를 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미국의 고민을 반증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