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자회담 복귀 선언..전제는 ‘금융제재 해결’

북한 외무성이 금융제재의 논의.해결을 전제로 한 6자회담 복귀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같은 북한의 입장은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을 만났을 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면담 석상에 배석했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추가적인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 직후에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입구만 열리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제재 문제가 당장에 해결되지 않더라도 북미간에 논의할 수 있는 채널만 만들어지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해 이 문제를 논의해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던 것이다.

결국 북한의 의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중재 속에 북미 양측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간의 만남이 성사돼 회담 재개의 묘수를 찾아낸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부시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 악화를 의식해 북한과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금융제재 문제를 의제화할 수 있다는 양보안을 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북미 양국의 입장은 ‘동상이몽’이다.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전제조건이 없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6자회담 틀을 훼손하지 않는 가운데 양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이르면 11월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제4차 6자회담에서 한 핵무기 폐기 약속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회담에서는 미국의 금융제재문제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다루게 되겠지만 아마도 실무그룹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선(先) 6자회담 복귀라는 양보를 이끌어낸 가운데 이 회담 틀내에서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그동안의 대북입장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반면 북한은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고 한발 나가 해결까지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동안 미국의 금융제재를 이유로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해온 만큼 이 문제에 대한 해답없이 회담 테이블로 돌아오기 어려웠을 북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설명이다.

조선신보는 지난 7월 “6자회담 미국 측 단장인 힐 국무부 차관보는 중국이 7월말에 선양에서 개최할 것을 제기하고 있는 6자회담 비공식회의 마당에서 미.조 회합을 해도 좋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그동안 6자회담 내 양자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던 만큼 양자회담에서 금융제재를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의 확답을 받고서야 북한은 회담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걸림돌은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 미국은 ‘논의’ 자체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해결’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과 회담 파트너의 ‘핏줄을 조이는’ 금융제재는 반드시 풀어야만 한다는 북한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관건은 이달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6자회담에서 북미 양자간의 금융제재를 논의하는 실무그룹이 어떤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지 여부.

올해 초 미국을 방문한 리근 북한 외무성 국장이 ▲위폐 제작 관련자 및 장비의 색출 ▲북미간 비상설 협의체 구성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던 만큼 이 제안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해 보고 미국의 입장변화가 전혀 없다면 판을 깨고 다시 위기지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특히 무조건 회담에 나왔지만 미국은 전혀 변화가 없다는 식으로 추가적 조치의 정당성을 확보한 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강경카드를 다시 내밀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 합의는 우선 만나자는 정도만 합의한 것으로 북핵사태가 ‘장외’에서 ‘장내’로 들어왔다는 의미가 있다”며 “추가적인 상황악화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 대화진행과정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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