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3일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북ㆍ미 양자 접촉 사실을 확인했지만 미국에 좀더 성의있는 대화 자세를 촉구하고 나서 북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번 외무성 발언은 21일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이 “뉴욕 접촉 이후 북한측에서 반응이 없다”고 밝힌 직후에 나왔다.
대변인은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은 확고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면서 “미국이 진심으로 6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조건과 분위기를 실제로 마련해야 한다”며 당분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미국 행정부 고위관리들의 대북 압박성 발언을 거론했다. 미국이 뉴욕 채널을 통해 ‘주권국가 인정’과 ‘불침의사’를 전달한 직후에도 여전히 ‘딴소리’를 하고 있는 의도가 뭐냐는 의구심을 내비친 것이다.
대변인은 이와 관련, “지난 15일 백악관 국가안보문제담당 특별보좌관 해들리는 우리에 대한 징벌조치에 대해 운운하면서 ‘미국의 전략은 의연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했는가 하면 16일에는 국무장관 라이스가 기자회견이라는 데서 우리에 대해 ‘현 대치 상태를 악화시키도록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유엔 상정이 하나의 선택으로 될수 있을 것’이라고 심히 압력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런 비난 속에는 미국이 조지프 디트러니 대북협상대사를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로 보내 박길연 대사와 한성렬 차석대사를 만나 “북한이 주권국가이며 6자회담 내에서 양자회담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달했지만 북한으로서는 과연 진심인지 믿기 어렵다는 강한 불신감이 담겨 있다.
이런 불신감은 대변인이 “우리가 뉴욕 조ㆍ미 접촉을 통해 알려온 미국측의 입장을 부시 행정부의 언행과 결부해 심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때에 이러저러한 잡소리들이 연이어 나오는 것은 미국측의 입장이 뭐가 뭔지 혼돈되게 할 뿐”이라고 언급한데서 드러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외교 채널이 아닌 장외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대북 압박성 발언을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부시 행정부가 뉴욕 채널을 통해 전달한 입장의 ‘진실성’에 대한 의구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대미 비난 공세도 좀체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공세를 계속하는 가운데 지난 19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시작으로 핵선제공격 계획의 폐기를 요구하는 등 미국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대변인은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측의 태도를 계속 주시할 것이며 때가 되면 우리의 입장을 뉴욕 접촉선(채널)을 통해 미국측에 공식 전달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미국의 태도 변화 여부에 따라 6자 회담 전격 복귀를 고려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