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자회담 군축협상으로 전환 행보

▲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회의 장면

6자회담 재개문제와 관련, 최근 북한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또 지난 31일부터 북한은 6자회담 관련국에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어 주변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한은 31일 외무성 담화에서 ‘핵무기 군축협상’을 주장했다. 반면 2일부터 중국을 방문한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중국과 6자회담 재개에 합의, 북핵 협상에 숨통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주 극비 중국을 방문, 6자회담 재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5일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시기와 형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 北, 6자회담 복귀 중국과 원칙적 합의

중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강석주 제1부상이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 중국측과 6자회담 문제를 논의, 회담 재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한 것으로 조선일보가 4일 전했다.

베이징의 다른 외교소식통도 “북한이 이번에 중국과 협의하는 것은 (외부 압박이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으로 6자회담에 복귀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절차를 밟는 것”이라며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일행은 5일 고려항공 편으로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날 베이징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강 부상은 지난 1994년 미-북 양자회담을 통해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장본인으로 김정일 위원장 다음으로 북한 지도부에서 핵문제를 진두 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강 부상 일행에는 지난 2003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린 3자회담(미∙중∙북)에서 북한측 대표로 참가, 북한 핵보유 사실을 통보했던 이근 외무성 부국장도 동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방문에는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 김계관 부상을 제외하고는 북한 핵 담당 정책라인이 다수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 북핵문제와 관련 중국과 매우 중대한 논의가 진행됐음을 암시하고 있다.

◆ 北 회담복귀 공식 발표는 확정 안 돼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공식 합의하기 전까지는 복귀여부를 확신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북한이 회담 복귀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폭정의 전초기지에 대한 해명과 사과’에 대해 미국이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지난 31일 외교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6자회담 내용을 군축협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핵개발 시도 중단이라는 협상틀을 핵무기 감축 협상으로 전환하는 것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 1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북한이 외교부 담화를 통해 제기한 ‘군축협상’을 계속 고집할 경우 6자회담 개최가 비관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북한 ‘군축회담’ 전환 요구가 미치는 파장

설사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 하더라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이 군축협상을 제기한 데는 북한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대외적으로 승인 받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6자회담은 북한 핵 보유를 공식적인 입장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북한이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의 폐기를 약속하면 주변국이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 의제이다. 그러나 북한이 군축회담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결국 북한이 보낸 두 가지 신호는 6자회담에 복귀, 핵 보유국으로서 본격적인 군축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

군축회담은 핵무기 감축에 상응하는 북한에 대한 미군의 위협감소, 즉 주한미군을 포함해 북한을 대상으로 작전이 가능한 미군의 감축 및 철수를 포함하게 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군축회담 제기와 관련 1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 협상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에너지를 지원하는 협상구도가 군사적인 협상으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러한 구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계속 강경한 태도를 보여도 미국이 반응을 하지 않자 나온 관심 끌기용 발언으로 보인다”면서 “핵실험 같은 실제 보여주는 행동 이전에 취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이어 “북한이 군축회담으로의 전환을 계속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고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더 이상 취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명분이 주어지면 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