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MW원자로 가동일지’ 확보가 검증의 관건”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 신고∙검증을 위해서는 영변의 5MW원자로 등 ‘관련 핵 시설의 가동 일지 확보’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시하는 재처리 된 플루토늄 양과 핵무기 제조와 실험에 사용된 세부수치들을 검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5MW원자로 등 관련 핵 시설의 가동 일지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지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21일 “원자로 가동 일지 외에 핵 전문가들이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곳곳에서 샘플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북한의 신고량을 검증할 수 있다”고 VOA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방식으로 생산 총량이 나오면, 이후 재처리 과정에서 유실된 플루토늄 양과 아직 냉각조(cooling pond)에 담겨 있는 플루토늄 양을 확인할 기본 정보가 된다”고 설명했다.

미 사회과학원(SSRC) 레온 시갈 박사는 “영변 원자로의 가동일지가 입수되면 원자로의 가동 기간, 사용된 전력량, 폐연료봉 생산 속도 등을 토대로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에서 북한 경수로 건설사업의 핵 안전 문제를 담당했던 외교협회(CFR) 찰스 퍼거슨도 “원자로 가동 일지를 통해 플루토늄 총생산량을 계산한 이후에는, 북한이 사용한 재처리 방법을 감안해 폐연료봉으로부터 최종 추출된 양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핵 신고와 관련, 신고서에 담겨야 될 내용으로 재처리된 플루토늄 총량과 핵무기 제조 등의 용처를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재처리된 플루토늄 총량 이외에 신고서에 포함돼야 할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핵무기 제조에 사용된 플루토늄 양과 이 핵무기들의 현재 소재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은 46~64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해 이 중 28~50kg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미∙북간 플루토늄 생산량 차이에 대해 “북한은 추출 추정치의 최소 수치, 미국은 최대 수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찰스 퍼거슨 박사도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을 30~50kg 정도로 추산했다. 그는 “현재 북한과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치가 20kg이나 차이가 나고 있는데, 이는 3~4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며 “이 물질들이 어디에 얼마나 사용됐는지 용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핵무기 제조기술이 발달될수록 적은 양의 플루토늄으로 가볍고 작은 핵탄두를 만들어 탄도미사일에 정착이 용이해진다”며 “핵무기 제조에 사용된 플루토늄 양은 북한의 핵무기 제조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22일 방북한 성김 국무부 한국과장을 비롯한 미국 핵 전문가들은 북측과 논의할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의 핵심은 플루토늄 관련 사안이며, 검증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