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18 민주화운동’을 ‘반미통일 봉기’로 왜곡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1980년 5월 18일 당시 북한의 라디오 방송과 TV는 긴급 중대방송으로 ‘광주 인민 봉기’소식을 급히 타전했다. 남한 군대가 민간인을 상대로 총을 쏘고 진압봉을 휘두르는 장면은 북한 주민 전체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시 북한에서는 5·18 항거를 광주인민봉기라고 불렀다. 그리고 미국의 배후 조종을 받은 남조선 군부 파쇼가 공수부대를 투입해 주민들을 살육했다고 전했다. 즉 학살 원흉은 미 제국주의라는 것이다. 또한 광주 민주화 운동이 남북통일을 염원한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당국은 선전했다.

1980년 5·18 당시 북한은 ‘농촌 지원 전투’에 전민이 총동원되던 때였다. 그런데 갑자기 방송에서 “남조선 광주에서 학생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인민방송원의 격동된 목소리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북한 관영 언론들이 5월 18~28일 광주인민봉기를 날마다 집중적으로 보도했는데 당시 TV화면을 통해 보던 광주 학생, 주민들의 폭동 모습과 그 진압에 투입된 공수특전대의 잔인한 진압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북한 당국은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남조선 탱크가 시민들을 수없이 깔아 죽이고, 공수부대는 집단으로 환각제를 투여하고 진압에 나서 임산부와 여고생을 대상으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잔악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런 당국의 선전을 전해듣고 TV로 관련 화면을 본 주민들은 전두환 정권에 대한 형용할 수 없는 적개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남한에 들어와서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소식을 접해본 결과 말 그대로 군부 독재에 저항한 민주화 운동이지 무슨 통일을 염원해서 일어난 운동은 아니었다.

군부가 강제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가해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북한 당국이 선전한 잔악행위들은 대부분 과장된 것이었다.

또한 사건 전말을 전혀 알수 없었던 북한의 주민들은 ‘광주인민봉기’는 미국의 배후조정에 의해 진압됐고 그 참가자들 중 수 천명이 희생되었다는 선전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 유공자 보상을 위해 사망자 신고를 받은 결과 그 숫자는 실종을 포함해 200여 명이었다고 한다.

북에서는 1980년 이후 해마다 ‘5·18광주 인민 봉기’를 추모하는 군중대회를 진행한다. 기념식 참가자들은 ‘5.18 광주 인민 봉기’를 잔인하게 진압한 미제와 남조선괴뢰도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연설문을 따라 읽는다.

대회에서는 노동자, 농민, 학생 등 각계층 대표들이 연단에 나와 “‘5.18 광주폭동’은 남조선 인민들의 반미 자주화 항쟁운동”이기 때문에 “4.19’에 이은 ‘5.18’의 피를 헛되이 하지 말자”고 연설한다.

봉기 발발 당시 중학생이었던 기자는 TV를 통해 ‘미제를 반대하고 자주를 위해 투쟁하는 남조선 학생들과 인민들의 투쟁’이라고 소개한 북한의 선전 이외에는 그 어떤 의미도 생각해보기 어려웠다.

북한에서는 갖은 통제와 감시, 공개총살, 정치범수용소의 학살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매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남한의 학살 행위에 대해서는 분노가 들끓었던 것이다. 그만큼 사상 통제라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정확한 사태 분간을 할 수 없었던 일부 북한주민들 속에서는 “이참에 우리(북한)가 확 내밀어서 통일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말까지 돌았으며 우리 측 대남 공작원들이 투입되었으니 조만간 무슨 일이 있을것이다는 입소문도 쉬쉬하며 돌았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 시민과 전라남도민이 중심이 돼 조속한 민주주의정부 수립과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12·12 군사 반란를 주도한 신군부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한 민주주의 실현 운동이었다.

이러한 사건의 본질을 북한 주민들에게 그대로 전달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독재와 민주주의 의미 자체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김일성을 위대한 수령으로 선전했지만 자유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독재자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북한 주민들이 5·18 민주화 정신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바로 그 분노의 대상은 김정일 독재정권으로 향할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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