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 보천군과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최근 김정은을 비난하는 전단과 낙서가 각각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함북 회령시에서도 유사한 글귀가 적힌 5000원권 지폐 수십 장이 시내 한폭판에 뿌려졌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 회령시 남문동에서 ‘김정은 타도’ ‘김정은을 처단하자’는 글이 적힌 5천 원짜리 지폐 수십 장이 뿌려졌다”면서 “까만 원주필(볼펜)을 사용해 김일성 그림 위에 글귀를 적은 것”이라고 전했다.
지폐가 뿌려진 회령시 남문동은 두만강에서 1.5km 떨어져 있는 지역이다. 음식거리, 남문시장이 있다는 점에서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전단을 뿌리면 선전효과가 큰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소식통은 “지폐는 오전 5시30분경에 발견됐다. 그 이전에 뿌렸을 가능성이 큰 것”이라면서 “발견 즉시 시(市) 보위부원들이 출동해서 회수사업을 은밀히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시 보위부(성)에서는 이를 극비에 붙이고 정보원들을 총동원해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필적감정에 나서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범인을 체포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은 14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 “보천군의 시장골목에서 지난 20일 ‘김정은 타도하자’라는 글이 적힌 전단이 살포됐다”면서 “이달 초 청진시 수남 장마당 건물 벽에 흰색글씨로 ‘인민의 원쑤(원수) 김정은을 처단하라’는 낙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내부 소식통은 “보천군이나 청진에서도 전단과 낙서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내부 곳곳에서 동시에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으로, 조직적인 세력이 이 같은 반(反)김정은 운동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북한에서 선거 벽보나 전단에 ‘최고지도자’를 비난하는 낙서가 발견되는 경우는 종종 있어 왔지만, 이처럼 북한 최고액권에 직접 낙서를 하는 경우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일성 사진을 훼손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소식통은 “수령(김일성)과 현재 최고지도자(김정은)를 동시에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 같다”면서 “걸리면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3대가 정치범으로 처형될 것을 각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200일 전투 총화(17일)를 앞두고 대형 사건이 터졌다는 점에서 회령시 보위부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면서 “다만 이 같은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당 중앙에 애꿎은 범인을 내세우면서 ‘우리가 민첩하게 불순분자들의 책동을 소멸했다’는 식으로 주장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