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0년전 ‘창성’ 내세워 시·군 역할 강조 왜?

북한이 ‘김일성 시대’ 지방경제 발전의 본보기로 내세웠던 평안북도 창성군을 내세워 지방 시, 군의 자발적 경제발전을 독려하고 있어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8일 ‘창성연석회의 정신으로 내나라, 내 조국을 부강하게 하자’는 제목의 사설과 7개의 관련 기사를 싣고 1962년 8월 7,8일 창성군에서 열린 중앙과 지방당 간부 및 경제일꾼 연석회의를 상기시켰다.


김일성은 창성연석회의에서 ‘군(郡)의 역할을 강화하며 지방공업과 농촌경리를 더욱 발전시켜 인민생활을 훨씬 높이자’는 연설을 했다. 회의는 지방의 특성에 맞는 농·임·수산업과 공업을 자체로 발전시키고, 시·군 간부들이 앞장에서 난국을 뚫고 나가자는 내용이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당시 김일성은 회의에서 지역 시·군 간부들을 질책하며 “호주(戶主)로서 일꾼들이 연구하지 않고 군중을 앞장서서 발동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므로, 모든 일꾼들은 자기 지역의 특성을 잘 연구해 그에 맞게 산을 낀 곳에서는 산을 이용하고, 바다를 낀 곳에서는 바다를 뜯어 먹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의 연석회의 이후 지역 시·군별로 인민소비품 생산을 위한 중소규모의 공장들이 건설됐고, 농수산 가공공장, 양식장, 목재가공 공장 등 지역의 특성에 맡는 다양한 공장들이 활성화 됐다.   


특히 농지면적이 적은 산간지역에서 산나물(도라지, 더덕, 고사리)과 산열매(머루, 다래, 도토리), 약초(삽주, 황기)를 심고 뽕나무밭을 조성해 누에고치를 쳐 국가에 수매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쌀 분배량이 적은 산골의 현금수익이 높아졌다. 북한 당국은 이를 김일성의 영도업적과 인민애로 널리 선전 찬양해왔다.


이날 신문도 “군(郡)의 역할을 높여 지방공업과 농촌경리를 발전시키고, 살림살이를 자체의 힘으로 꾸려 인민생활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창성연석회의의 기본 정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모든 시, 군들에서는 알곡 정보당 수확고를 결정적으로 높여 식량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당의 농업혁명 방침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또한 “자기 지방의 특성에 맞게 지방공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지방공업 발전의 중요한 원칙”이라며 “시, 군들에서는 자체의 원료기지들을 더 많이 조성하고 지방산업 공장들의 생산 공정을 현대화 과학화해 질 좋은 갖가지 소비품을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대내외 매체들은 ‘지금 나라의 모든 군에서 창성군의 모범을 따라 배우기 위한 사업을 힘 있게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지속 보도해 왔다. 7일에도 창성군의 새로 생긴 식품가공 공장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상황에서 농업생산 등의 기본 단위인 군과 시의 역할을 강조해 중앙의 역할을 전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권태진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농업부문에 있어서는 군을 모든 조직에서 중심에 두고 있다”며 “중앙단위(농업성)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의 역할을 강조해 중앙의 역할을 지방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도 “중앙이 나서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각 지방 자체로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북한 당국은 김일성 생일 100주년 행사 등 중앙행사에 필요한 자원과 재원을 지방에서 조달하는 규모를 부쩍 늘려왔다.


또한 권 선임연구위원은 “내각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군의 역할을 강조, 체계를 새롭게 재정비하려는 의도”라고도 했다.


더불어 ‘6.28방침’의 본격 시행을 앞서 지방 시, 군의 자립성을 높여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사전 정지작업 차원의 선동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소장도 “새로운 경제관리 방식 발표에 앞서 군의 자립력을 키우려는 선동”이라고 했다.  


북한은 6월 28일 하달된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를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문건에서 국가가 협동농장과 공장기업소의 초기 생산비를 투자하고, 생산물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국가와 생산단위가 일정비율로 분배하는 생산방식을 내부에 공표한 바 있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중앙당 검열조들이 각 지역에 파견돼 공장설비 등에 대한 실사에 돌입했다. 현재 지방당 간부들과 지배인에게는 어떻게 해서든지 생산할 준비를 갖추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김정은 정권이 ‘혁명의 수도’로 내세우는 평양뿐 아니라 지방 경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지방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결속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문도 “김정은의 영도가 있기에 황금산의 역사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지방경제 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강성국가 건설을 앞세우며 고층아파트 등 각종 생활·문화시설을 평양에 집중해왔다. 이 때문에 평양과 지방과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커졌고, 지방 주민들의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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