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가 북핵문제 논의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힐 차관보의 중·러 순방 직후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톰 케이시 부대변인은 23일 힐 차관보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베이징을, 29일부터 31일까지 모스크바를 각각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만나 지난 18~19일 열렸던 한·미·일 3국 수석대표의 워싱턴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이날 힐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베이징 회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고 답했으나 “그러나 북한은 힐 차관보의 베이징 방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관심이 있거나 회담을 바란다면 두 수석대표가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이미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힐 차관보의 중국, 러시아 방문계획을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베이징에서 만나기 직전이나 직후에 북한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9일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직후 “수일이 걸릴지, 수주가 걸릴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신고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밝혔다.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본부장도 지난 20일 워싱턴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이달 초 방북했던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을 통해 미국 측에 핵 신고 내역을 이미 전달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께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정식으로 중국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의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은 23일 “북한 당국이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서를 제출할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말했다.
페리노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그런 일(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신고)이 확실한 일정 속에 일어날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이며 북한이 1-2 주 안에 핵 신고를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북한이 조만간 핵 신고서를 중국에 제출하게 되면 중국은 이를 6자회담 참가국들에 회람시킬 계획이며, 부시 행정부는 ‘비핵화 2단계’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한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를 미국 의회에 통보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북한은 CNN을 통해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변 핵시설내 냉각탑을 폭파·해체하고, 이르면 다음 달께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러시아의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3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협상 진전을 위해 참가국들이 유연성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핵 6자회담이 긍정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평가하고, 참가국들은 계속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이루기 위해 상호 신뢰와 유연성을 갖고 대화를 지속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