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자녀 낳기운동’은 군인충원 정책

▲ 북한은 지금 출산장려운동중

일본의 조총련 발행 월간지 ‘조국’ 9월호는 북한의 출산장려 정책을 소개했다. “나라에서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는 여성은 사회적, 물질적 대우를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산전휴가는 4~12개월을 주며, 3명 이상의 자녀를 양육할 경우 방 2~3칸의 주택 지원, 세 쌍둥이는 국가 특별지원책도 들어있다. 또 자녀 3명 이상의 경우 어린이용 상품과 학용품 값 50% 면제, 주(週)탁아소와 유치원 등록이 포함돼 있다. 4명 이상은 특별보조금 지급, 교통수단 이용 우선권 보장도 있다.

이 보도를 보고 혹 일부 남한사람들은 ‘어? 북한이 남한보다 한발 앞섰네?’라고 착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북한의 출산장려 목적은 남한처럼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자는 것이 아니라, 모자라는 군인 수를 채우려는 것이다.

북한은 50년대 이후 출산을 대대적으로 장려했다. 70년대에는 각 가정마다 적게는 3명, 많으면 5명 정도의 자녀를 두었다. 전쟁으로 인해 줄어든 인구를 벌충하자는 것이었다.

80년대 들어서는 거꾸로 산아제한을 실시했다. 인구가 많으면 배급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77년 김일성의 생일 65돌을 맞으면서 전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모두 ‘선물’을 주었는데, 이때 ‘인구가 너무 많다’는 말이 나왔다.

82년 완공된 평양산원 로비에는 “하나가 좋습니다. 둘은 많고, 셋은 양심이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김정일의 교시다.

90년대 대아사 기간 후 다산장려

북한은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한차례 내부 ‘전쟁’을 겪었다. 무려 3백만명이 굶어죽었는데, 여기에 어린이와 여성들이 많이 포함됐다. 6.25 전쟁은 총성이 울린 전쟁이었다면 90년대 내부 전쟁은 소리없는 ‘기아와의 전쟁’이었다. 남한사람들은 북한의 대기아 시기의 끔찍한 사태에 대해 아직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어느 탄광마을에는 5층짜리 아파트에 4층과 5층이 텅텅 비게 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어린이들은 ‘꽃제비’가 되어 죽었다. 학교 선생들은 먹고 살기 위해 장사하느라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학교에 어린이들도 없었다. 대아사 기간을 거치면서 모자라는 군인들을 채우기 위해 당국은 골머리를 싸맸다.

170만 명에 달하는 정규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제대군인 수만큼 충원해야 한다. 당국은 군인을 충당하기 위해 남자 16세~23세로 군입대 연령 폭을 넓히고 직장인들까지 입대 대상에 넣었다. 군 복무기간도 13년으로 늘렸고 그 후속조치로 대대적인 출산을 장려했다.

북한의 다(多)출산정책은 이미 97년 경에 나온 것이다. 대아사를 겪고 인구를 조사한 결과, 300만 명 이상의 사망자 및 행불자가 나왔다. 어린이들이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교육을 받지 못해 ‘세대 단절’ 현상이 나타났다.

북한당국은 인구숫자를 2,291만명으로 발표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월드팩트북 2005’에도 이 수치가 그대로 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한 소식통에 의하면 “지금 북한인구는 2천만도 안 된다”고 한다.

“‘꽃제비’ 만들 바에야…” 여성들 콧방귀

그러면 북한이 장려하고 있는 다산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다산정책을 따라주는 여성들이 없다는 것이다. 97년 다산정책이 나오자 가정부인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꽃제비’ 만들 바에는 안 낳는게 낫다”는 것이다. 또 부부금슬만 좋으면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다.

87년 이전에는 자녀 1명을 낳을 경우 산전휴가 120일, 87년 이후에는 150일의 산전휴가를 주었다. 지금은 12개월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혜택을 받는 여성들이 없다.

일자리가 없는 여성들은 “지금도 놀고 있는데, 또 놀라고 해?” 라며 푸념한다. 평양을 비롯한 큰 도시를 빼면 대부분 북한 여성들은 직업이 없다. 직업이 있어도 그 직업을 노리는 다른 여성들이 줄 서있기 때문에 시집 가는 순간 퇴직 당한다.

또 주택건설이 부진한 북한에서 3인 자녀 가족에게 2~3칸짜리 집을 공급한다는 것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주택보다 먹는 문제가 우선적인 북한에서 여성들이 당국의 다출산 정책에 호응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당국이 아무리 출산을 장려해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인구회복도 어려운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