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조건 이미 해결”…’합의서’부터 내밀어

북한은 8일 금강산·개성관관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관광재개 3대조건은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주장하며 관광 재개 ‘날짜’까지 못박은 합의서 체결을 요구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였던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남북공동조사 제의에 북측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은 본인의 불찰에 의해 빚어진 불상사라는 등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측은 3대 조건에 대해서는 이미 진상을 밝혔고, 재발방지 및 신변안전을 확고히 담보한 만큼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강변하면서 실무접촉합의서안을 제시했다”면서 “개성관광은 3월 1일부터, 금강산관광은 4월 1일부터 재개하자는 주장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문까지 준비하는 등 관광재개를 위한 대남압박 카드를 미리부터 준비해온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3대조건 해결없이 관광재개가 불가능하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애써 무시하며 관광 재개 합의서 체결을 요구한 대목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돌출행동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한편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 북한이 정상회담이라는 ‘큰 판’ 속에서  관광재개 등 세부합의를 쉽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밖에 3대조건을 수용해 관광재개를 합의되더라도 관광대가 지불방식을 두고 남북간 추후 논란이 불가피한 점을 예상하며 북한이 미리부터 ‘주고받기’를 위해 포석을 깔고 있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우리 정부의 3대조건을 수용하는 대신 현금으로 관광대가를 받는 실익을 챙기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화폐개혁 실패 등 극심한 경제혼란 겪고 있는 북한 내부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그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지금까지 금강산.개성관광의 대가로 북한 당국에 지급되는 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국’을 자임하고 있는 마당에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정부도 마냥 무시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북한은 이날 회담이 아무런 결과없이 종결되자 차기 회담을 2월 12일 갖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우리측은 관광재개 선결 조건에 대한 북측의 북측의 태도변화가 중요한 문제라는 입장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북측에 “다음번에는 진전된 입장을 가지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취지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추후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일정을 협의하자고 합의했지만, 북측의 태도변화가 없는 조건에서 회담 진행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회담과정에서 북측이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에 대해 ‘어째든 유감을 표시한다’ 식의 언급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 기조연설에 앞서 2008년 7월 금강산관광 중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고 박왕자씨의 명복를 비는 묵념시간을 가진 것과 관련 “이 사건이 엄중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의를 표하고 회담을 하는 게 올바르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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