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측이 핵폐기 단계인 3단계에서 플루토늄 관련 시설만 해체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북핵 폐기 과정에 들어서기에 앞서 미북 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했던 잭 프리처드 한미연구소(KEI) 소장은 29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30일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협상 중인 북한측 일행이 비핵화 3단계의 대상은 플루토늄 관련 시설을 해체하는 것만 포함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경수로 제공 대가로 진행되는 (북핵 비핵화)3단계에는 핵물질이나 핵무기는 (폐기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미사일 문제나 북한인권 문제도 당연히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당초 비핵화 3단계는 플루토늄 핵시설의 해체뿐만 아니라 폐연료봉과 핵물질, 핵무기를 북한 밖으로 이전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밝혀왔었다. 때문에 프리처드 소장의 발언이 북한 측의 공식입장이라면 향후 비핵화 3단계 과정에서 미-북간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지프 디트라니 국가정보국장실(ODNI) 대북담당관은 “비핵화 3단계에 대한 나의 이해는 프리처드 소장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며 “북핵 폐기 단계인 3단계에서는 포괄적인 문제들이 논의될 것이며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이 검증 가능하게 폐기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디트라니 담당관은 “비핵화 3단계가 되면 북한과 미국 간에 관계정상화 문제가 논의될 것이며, 관계정상화로 나아가긴 위해선 인권이나 납북자 문제, 미사일 문제 등을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고 수없이 북한에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영변 핵시설인 냉각탑을 폭파·해체하는 것은 플루토늄 생산 능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중국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가 30일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이 신문은 선딩리(沈丁立) 푸단(復旦)대학 국제문제연구원 상무부원장의 말을 인용해 “냉각탑 폭파는 북한 핵 폐기의 첫 걸음에 불과하다”며 “북한의 핵능력은 플루토늄 생산능력과 이미 확보한 플루토늄, 플루토늄 기반의 기타 핵시설, 우라늄 기반의 비밀 핵계획 등 4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 교수는 “따라서 핵을 완전 폐기한다는 것은 이들 4개 분야를 전부 검증받고 없애는 것이며, 냉각탑은 단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핵시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텅젠췬(騰建群) 중국 군비통제군축협회 연구부 주임도 “냉각탑은 북한 핵계획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면서 “냉각탑 폭파와 핵능력 불능은 별개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운전을 배운 사람이 차를 없앴다고 해서 운전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북한은 이미 핵기술을 장악했으며 이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 하원 관계자를 인용해 “냉각탑은 콘크리트 외양만 갖고 있는 케케묵은 시설로 영변 핵시설 가운데 중요성이 가장 낮은 것”이라며 “냉각탑 폭파 장면을 방영하면 북한 핵문제가 전부 해결됐다는 착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