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매체와 관계기관 등을 총동원해 김정일 생일(2.16) ‘분위기 띄우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예년과 달리 ‘명절공급’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는 소식이다.
매체를 통해 재일조선인예술단의 축하공연과 주재(駐在) 외교관들의 꽃바구니 및 선물 전달 등의 소식을 연일 내보내고 있고, 한편으론 김정일의 은덕(恩德)정치와 기이한 자연현상을 활용한 ‘우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15일 “김정일 장군의 은정어린 선물을 실은 비행기들이 서해 외진 섬들인 서도와 자매도, 석도, 순도, 낙도, 대화도, 가도, 탄도로 날아갔다”며 “해마다 (선물을 실은) 비행기를 맞이하고 있는 그들은 멀리 있는 자식을 더 생각하고 위하는 장군님의 크나큰 은덕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4일 “1월 말부터 정일봉 일대의 기온이 점차 풀리면서 2월10일 현재 소백수 골짜기에는 버들꽃이 피어났다”며 “올해는 여느 해보다 9일이나 앞당겨 버들꽃이 피어났다”고 전했다.
북한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3일 특집기사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이 2월16일인데 백두산의 봉우리 수도 신통하게 216개”라고 기인한 자연현상을 김정일 ‘우상화’에 이용했다.
김정일 생일 경축행사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김정일 위원장 경축행사 동향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통상 생일 당일 북한은 김정일화 축전, 당·군·정부기관·기업소·각계층 근로자 및 청년학생, 해외동포단체와 외국인 참가하는 축전, 사진전람회, 미술전시회, 체육대회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정일 장군님의 탄생일을 맞아 다채로운 경축행사들이 진행된다”며 “국내외의 우수한 체육인들이 참가하는 제20차 백두산상국제휘거축전과 2.16경축 수중발레모범 출연이 명절 분위기를 항층 돋구게 된다”고 소개했다.
또 “빙상관과 창광원 수영관에서는 재능 있는 체육전문가들과 예술창작가들에 의해 축전과 모범출연준비사업들이 마감단계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백두산상국제휘거축전은 15~17일 평양에서 진행되며, 김정일의 대외활동 사진을 전시한 2.16경축 중앙사진전람회는 지난 10일 인민문화궁전에서 개막됐다. 김정일의 업적을 되새기는 정치행사인 중앙강연회는 11일 조선회관에서 개최됐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노동신문은 연일 김 위원장의 업적과 주체혁명위업을 선전하는 사설을 게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에도 러시아와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경축모임과 외국선박 선원들의 경축집회 소식을 보도했다.
북한 당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현재까지 ‘명절공급’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없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주민들에게는 통상 3일전부터(13일) 생일 전날까지 5~10일분의 쌀 또는 옥수수 배급이 이뤄지는데 15일 오전까지 아직 배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생일 5일전부터 술, 고기 등의 부식물과 간식 등이 담긴 선물상자가 간부들에게 전달되는데 이마저도 아직 소식이 없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다만 “함경북도 군수품공장 노동자들에게는 10일분의 통옥수수가 공급됐다”고 전했다.
김정일의 생일은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더불어 북한의 최대 명절이다. 주민들의 당일(16일)부터 다음날까지 휴식을 취한다. ‘김씨 왕조’를 강조하는 북한은 ‘명절공급’을 통해 김정일의 은덕을 강조, ‘우상화’에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의 체제불만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생일을 맞이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면서 ‘체제결속’을 다지고, 동시에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완성하려는 김정일의 복안이 성과를 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