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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은 지난달 26일부터 닷새동안 북한을 방문해 영변 5MW원자로 등 5개 핵시설에 대한 폐쇄∙봉인 검증 방식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북측은 중유 5만 톤을 비롯해 우리 정부로부터 쌀 차관 40만t, 경공업 원자재, 인도지원 등 대대적인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된다.
북한의 2·13 합의 초기조치에 대한 이행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초기조치 이행을 지연시킨 만큼 대북 지원도 영변 핵시설 폐쇄 봉인 완료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초기조치 이행전 중유제공 완료될 듯 = 북한은 일단 2∙13 합의문에 명기돼 있는 중유 5만t을 제공받게 된다. 합의문에는 ‘한국이 제공한다’고 명기돼 있진 않지만 우리 정부는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중유 5만t 지원을 부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이 지난달 29일 개성에서 합의한 중유지원 절차에 따르면 남측은 앞으로 2주 이내에 중유를 실은 선박을 보내야 하고, 이로부터 20일 이내에 중유 지원을 완료해야 한다.
따라서 중유지원은 이르면 이 달 내,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중유 지원에 사용되는 예산은 남북협력기금이며, 약 260여 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유 지원 시기는 IAEA 감시단의 방북 시기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IAEA는 오는 9일께 특별이사회를 갖고 이르면 10∼12일께는 감시·검증단을 북한에 파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3일 “중유를 받아야 원자로 폐쇄에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한국과 IAEA에 통보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미국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은 2.13 합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만족할 만한 원자로 폐쇄와 봉인이 이뤄질 때까지 중유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부시 행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다시 지연전술을 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은 단지 중유가 실제로 공급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쌀 차관, 경공업 원자재 지원 가속화= 지난해 미사일과 핵실험 등으로 중단됐던 쌀 지원도 재개된다. 대북 쌀 차관은 지난 4월 남북이 5월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했으나 북한이 2·13 합의 이행을 미뤄 유보해 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BDA 문제가 해결되자 마자 입장을 바꿔 지난달 30일부터 지원이 시작됐다. 쌀 지원은 오는 10월 말까지 완료된다. 예상 총 비용은 3천 849억원 가량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북한이 IAEA 감시단의 방북을 허용했지만 핵 원자로 폐쇄∙봉인의 실질적인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쌀 차관 제공이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 4월 2∙13합의 이행에 따라 700억원 상당의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한다고 북한과 합의했었다. 또 지난 3월에는 30만t 비료와 홍역 백신 지원 등 7개 사업에 1천8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남북간의 경공업, 지하자원 협력사업에 대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측이 북측에 제공하기로 한 경공업 원자재는 비누, 신발, 의류, 의류제조를 위한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등이다. 또한 남북은 함경남도 단천지역 검덕광산과 룡양광산, 대흥광산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정부, 대북지원 속도 조절해야” = 북한의 2∙13 합의 이행에 따른 대북 지원과 별도로 남한 정부는 최근 대북 지원사업의 분야를 다양화하고 지원규모를 늘리는 등 본격적인 대북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한 정부는 2일 남북교류협력추진위를 열어 약 200억원 상당의 옥수수 1만2000t, 콩 1만2000t, 밀 5000t 등을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대북 경제지원과 직접 관련된 분야는 아니지만, 정부는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을 교육시킬 북측 강사 15명을 연수시키는 데 필요한 4억 7천 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북한 의사 10명을 독일 병원에 연수시키기 위한 파견비용 6천만원도 지원한다.
이외 포스텍(포항공대)과 미(美) 시러큐스대가 공동 추진하는 ‘북한 IT 경제인 양성’ 사업에도 1억원의 협력기금이 소요될 예정이다. 정부는 또 개성공단의 25개의 입주기업에 현재 44%인 개성공단 투자자산의 담보 인정비율을 54%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같은 교육지원은 ‘묻지마 퍼주기’ 보다 의미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BDA 문제로 2.13 초기조치 이행이 두 달 이상 늦춰졌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초기조치 제스처만 보여도 아낌없이 주려는 정부의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2∙13합의 이행의 모멘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남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정부 대북지원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지원의 템포를 북한의 영변 핵원자로 폐쇄∙봉인 과정과 맞물려 추진하는 것도 2∙13 합의 이행의 속도를 내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