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09년 美-中 ‘양다리 외교’ 가능성

북한은 1일 새해공동사설에서 남한에 대한 기존의 강경입장을 고수했지만 대외관계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사설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 공화국의 자주적인 대외정책의 정당성은 날이 갈수록 더욱 힘있게 과시되고 있다”며 일반적인 어조로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도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 밑에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며 세계의 자주화 위업 실현에 적극 이바지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공동사설에서도 “북한에 우호적인 모든 나라와 친선협조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일반적인 대외정책만 언급했다.

이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면 우리는 핵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해묵은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의 연장선에 있다는 뜻이다.

다만 새로 출범하는 미국의 오바마 정부에 ‘우리는 핵협상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공동사설을 통해 보낸 것 뿐이다.

최근 신년공동 사설에서 대외관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미리 대외관계 노선을 천명함으로써 ‘카드’를 일찍 내보일 필요도 없고, 스스로 발목을 잡는 일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

따라서 기존의 벼랑끝 전술과 현안을 잘게 쪼개서 협상하는 ‘살라미 전술’ 등 핵협상 전략전술은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보면 될 것이다.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적시한 것은 북한에 관심이 없는 오바마 정부의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

북한이 새해 공동사설에서 핵문제를 언급한 것은 2004년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한 것과 2007년 “우리가 핵억제력을 가지게 된 것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불패의 국력을 갈망해온 우리 인민의 세기적 숙망을 실현한 민족사적 경사였다”고 주장한 게 전부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미국을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우호적 국가’라고 지칭한 것을 볼 때 차기 버락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기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전후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 북한 고위 관계자의 방미 추진, 작년 11월 미국 대선 직후 뉴욕을 방문한 리 근 외무성 미국 국장과 오바마 진영의 한반도 정책팀장인 프량크 자누지와 접촉 등에서도 그 일단이 드러난 바 있다.

우회적이긴 하지만 대미 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이같은 의지는 ‘통미봉남’ 전략으로 남한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포함한 것으로 관측된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통미봉남을 하겠다는 기본 골격은 변화가 없다”며 “이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메시지이면서 동시에 미국을 통해 남한을 ‘길들이기’ 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번 공동사설 대외관계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국가 이름이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는 2009년 북한의 대외관계 향방을 크게 3가지 정도로 유추해볼 수 있다.

첫째, 대외관계를 매우 탄력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기존 전통적 북중관계에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좀더 이동하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 탈중근미(脫中近美)를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대외관계를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2009년에는 대외관계 활동보다 대내결속에 치중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우리식 사회주의’ 복구에 최대한의 정치적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셋째, 한국을 지속적으로 비난하지만 중국 미국 등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으로 하여금 ‘우리끼리 공조’로 몰려오도록 유도하려는 전술일 수도 있다.

물론 위 3가지가 혼재돼 있겠지만 굳이 한 가지만 들라면 2009년 북한 정권의 최대 관심은 역시 대내 결속이며, 대외적으로는 중국-미국 사이에 양다리 걸치기 전술을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지난 10년처럼 한국의 자발적인 지원을 받아내겠다는 뜻이 있음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