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04년 美핵전문가에게 플루토늄 공개”

북한이 지난 2004년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권위있는 핵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플루토늄을 직접 보여주며 자신들의 핵능력을 과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 알라모스 미 국립핵연구소장을 지낸 헤커 교수는 지난 13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미국물리학회 세미나에서 자신의 방북경험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런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25일 뒤늦게 확인됐다.


헤커 교수가 미국물리학회 홈페이지에 게재한 발표요지에 따르면 그는 2004년 1월 방북 당시 영변 재처리 시설내 추운 회의실에 앉아있던 중 북한의 기술자로부터 “우리는 핵억지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주장을 들었다.


헤커 교수가 미심쩍은 표정을 짓자 북한 기술자들은 “우리가 생산한 것이 있는데 한번 보겠느냐”고 의향을 물었고, “플루토늄을 말하는 것이냐”는 헤커 교수의 관심표명에 대해 “맞다, 그거다”라고 답한 뒤 잼용기와 같은 병에 담긴 플루토늄 샘플을 가져다 보여 줬다는 것이다.


두 명의 북한 기술자는 작은 크기의 빨간색 금속상자를 가져왔으며, 금속상자 안에는 2개의 유리병을 담은 별도의 목재 상자가 들어 있었다. 한쪽 유리병에는 금속으로 된 플루토늄 조각이, 또 다른 유리병에는 분말형태의 플루토늄이 담겨 있었다.


헤커 교수는 이들 물질의 무게와 온기를 파악해 진짜 플루토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북한 기술자들의 허락을 받아 200g의 플루토늄이 담긴 용기를 들어본 결과, 방사선으로 인해 온기가 있는 점 등으로 미뤄 플루토늄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헤커 교수는 북한이 자신에게 플루토늄 샘플을 보여준 이유는 자신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지를 자신을 통해 미국에 전달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지난달 발표한 `북한 핵위기에서 배우는 교훈’이라는 논문에서 “북한의 1,2차 핵실험 결과로 미뤄볼 때 북한은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원자탄급 위력을 지닌 단순한 형태의 플루토늄탄을 만들 능력이 있으며, 현재 그같은 초보적인 핵무기를 4-8개 정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견제가 없었다면 북한은 현재 10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먼거리까지 핵무기를 날려보낼 수 있는 미사일과 핵탄두를 개발하는데 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면서 “노동미사일처럼 좀더 거리가 짧은 미사일에 핵무기를 실전배치하는데는 시간이 덜 걸리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아마도 추가적인 핵실험(3차 핵실험)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커 교수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과 관련, “북한은 수 십년간에 걸쳐 우라늄 농축을 실험해 왔지만, 산업적인 규모로 이를 개발하는 하지는 못한 것으로 여전히 믿고 있다”고 밝혔다.


헤커 교수는 2004년 방북을 포함해 지금까지 6차례 북한을 다녀왔다. 그는 지난달 미국 에너지부가 수여하는 최고의 상인 `엔리코 페르미 상’을 수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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