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02년 김정일 지시로 HEU 프로그램 인정”

미국의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의혹에 관한 조지 부시 행정부의 그동안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정론이 확산되는 데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동안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보유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이 큰 도전을 받지 않았으나, 2.13 북핵 합의 후 대북 강경론이 퇴조하면서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등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평가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잇따라 제기했고, 행정부 내에서도 북핵 협상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어조가 많이 누그러지는 등 이른바 수정론이 확산되는 추세였다.

볼턴 전 대사는 5일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 2.13합의 토론회에서 방코 델타 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해제 문제를 포함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정을 요모조모 비판하며 “최근 우리 협상팀과 워싱턴의 논평가 양측으로부터 HEU 프로그램에 관한 역사를 다시 쓰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부시 행정부 안팎을 동시 겨냥했다.

북한의 HEU 프로그램 의혹에 대한 재평가론은 첫째 이 의혹을 북한에 제기했던 2002년 당시 미 정보계에선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에 관한 정보판단에 이견이 있었고 둘째 북한도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과 달리 북한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 골자다.

볼턴 전 대사는 당시 비화를 일부 소개하면서 이 두가지를 반박했다.

2002년 당시 국무부에 있었던 그는 “정보쪽과 정책수립쪽 모두 내부에서 북한의 HEU 프로그램 추진 여부에 대해 불일치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그러나 “그해 봄과 초여름 이런 논란을 끝내는 정보가 미국과 다른 나라들에 입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보가 “너무 확실해 논란을 종결시킬” 정도였다며 “당시 정보계통 사람들이 특정 시기에 특정 문제에 관한 논란을 종식시킬 정보가 이렇게 입수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하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정보가 불확실했다거나 그로 인해 평가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것은 “내가 기억하는 당시 내부 논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정보 내용과 미국측이 북한측에 제시한 증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볼턴 전 대사는 북한이 그해 10월 방북한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두번째 날 면담에서 HWU 프로그램의 존재를 명백히 인정했었다고 말했다.

켈리 당시 차관보가 첫날 면담에서 증거를 제시하자 북한측은 “우리는 어떠한 HEU 프로그램도 없다”고 강력 부인했으나 “두번째 날 면담한 더 고위층은 이 문제를 (내부에서) 논의하느라 밤을 샜다고 말하면서 당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했다”고 볼턴 전 대사는 이어갔다.

볼턴 전 대사는 북한측 면담자가 북한 정부가 아니라 “당의 입장”이라고 말한 것이 의미심장하다며 “당시 우리 대표단은 당의 입장이란 ’친애하는 지도자(김정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것으로 받아들였었다”고 말했다.

북한측은 당시 “미국에 대항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고 볼턴 전 대사는 설명했다.

미국 대표단은 평양주재 영국 대사관의 비밀전문망을 통해 국무부에 이러한 내용의 전문을 보냈으며, 콜린 파월 당시 장관은 볼턴 전 대사를 불러 “읽어보라. 믿기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을 보여줬고, 당일 오후 북.미간 대화를 더욱 구체적으로 보고하는 대화록이 전달됐다고 볼턴 전 대사는 회고했다.

그는 국무부 관행상 전문과 대화록 보고는 대표단 전원이 검토해 말 한마디에 대해서조차 의문이 없을 때 이뤄지는 것이라며 북한측 말의 오역 등이 없었다는 입장을 취했다.

볼턴 전 대사는 한편 자신이 책을 쓰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그 책이 완성돼 출판될 때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관련, 한차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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