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 오전 0시45분(한국시간 오전 1시15분)부터 4분30초간 남파 공작원 지령용으로 보이는 난수(亂數) 방송을 내보냈다.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은 정규 보도를 마친 뒤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정보기술기초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다”면서 “509페이지 68번, 742페이지 69번…”과 같은 식으로 다섯 자리 숫자를 읽었다.
이번 방송은 북한이 지난 12일 내보냈던 난수 방송과 동일한 내용이다. 북한은 지난 달 15일부터 2주 간격으로 금요일마다 같은 시간 대에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북한이 난수 방송을 내보낸 것은 6월 24일, 7월 15일과 29일, 지난 12일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다섯 차례이다.
이번 방송도 아나운서 목소리와 난수 방송 직전 경음악을 내보내는 형식 등은 지난번과 동일했다.
북한의 대남 공작원들 사이에서는 ‘숫자방송’이라고 통용되는 난수방송(Numbers Station)은 숫자나 문자, 단어 등의 나열을 조합한 난수를 사용해 만든 암호를 특정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방송을 말한다. 정보기관이 ‘현장’에 있는 요원에게 전하는 내용을 담은 숫자 및 문자 등을 조합한 난수 형태의 암호를 부르는 형태의 방송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암호화가 되어있고, 그 숫자나 문자들을 해독하기 위해 올바른 키(난수표 등)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해독이 어렵다. 없다. 단순한 라디오 장비로도 쉽게 청취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북한은 2000년까지 난수방송을 꾸준히 해왔으나 6·15 정상회담 이후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수방송 재개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8일 “북한이 실제로 남파 간첩에게 지령을 내릴 목적으로 재개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간첩망이 잘 가동되는지 확인할 속셈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남파 공작원들이 실제 난수 방송을 통해 지령을 받아 탈북 인사 암살이나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