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인자 장성택-오극렬 ‘파워게임’ 심각”

북한 권력의 실세인 국방위원회 장성택(64)·오극렬(79) 부위원장이 외자 유치를 둘러싸고 심각한 권력 갈등을 빚고 있는 사실이 우리 관계 당국에 의해 포착됐다고 중앙일보가 5일 보도했다.


정보 소식통은 4일 “군부를 기반으로 외자 유치를 선점해온 오극렬 부위원장이 최근 대북 투자유치에 뒤늦게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장성택 부위원장·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측과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신문에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오극렬은 외자 유치와 관련한 이권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오극렬 측은 전담기구로 조선국제상회(총재 고귀자)를 설립해 지난해 7월 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정권 차원의 추인 절차를 밟은 셈이다.


이에 장성택 측은 중국 조선족 출신 사업가 박철수를 불러들였다. 이후 조선대풍그룹을 내각에서 국방위 소속으로 바꾼 뒤 지난 1월 20일 대풍그룹(총재 박철수) 설립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조선대풍그룹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회피를 위해 외국과의 합영회사 설립을 목적으로 운영하던 ‘평양 대풍국제투자집단’을 이름만 바꿔 급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중앙통신은 “국방위원회가 국가개발은행 설립을 결정했다”며 은행에 대한 투자유치를 맡게 될 대풍그룹의 활동을 보장하라는 김정일의 ‘명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장성택이 주도한 대풍그룹에 최고권력자의 힘이 더 실린 것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오극렬은 자신이 먼저 주도해온 외자유치 사업에 끼어든 장성택과 김양건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갖고 있고, 현재 조선대풍그룹과 조선국제상회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최고 공안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도 이런 사태에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소식통은 전했다.

보위부는 특히 박철수 총재의 배후에 중국 안전부가 있고 중국이 박 총재와 조선대풍그룹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북한 경제를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보위부는 박 총재를 후원하고 있는 장성택을 비롯한 권력 실세들을 의식해 김정일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장성택은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시 10만 호 살림집 건설 책임을 맡기는 등 경제 분야 권한을 늘려주면서 세력을 키워 왔다.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당시 김정일에 의해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된 후에는 각종 행사 때 부인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보다 먼저 호명되는 등 권력 서열에서 앞섰다.

장성택과 갈등을 빚은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최고인민회의 닷새 전 경위가 알려지지 않은 교통사고로 숨졌고, 박명철(체육상)을 비롯한 장성택의 측근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권력의 중심축인 장성택·오극렬 간의 이권다툼이 본격적인 권력 갈등으로 번질 경우 북한 후계의 향방이나 구도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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