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이산가족 상봉 남북 실무접촉에서 그동안 주장해온 ‘한미연합훈련’을 거론하지 않고 상봉행사에 합의한 의도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중대제안’ 이후 ‘키 리졸브’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기 때문에 이번 접촉에서 훈련이 끝나는 3월 이후로 수정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에서 진행된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오는 20~25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금강산에서 갖기로 합의했다. 남북 대표단은 오전 10시부터 전체회의 2회, 수석대표 회의 3회 등 총 5회 접촉, 4시간 만에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우리 측이 지난해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 지난해 합의가 이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하자 이에 의견을 같이하고, 추후에 납북자 생사확인 등을 포함한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북측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할 뜻을 비쳐온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 이번 접촉에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한은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꼬투리 잡지 않고 상봉행사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처럼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키 리졸브’ 기간이 일부 겹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합의한 것은 북측이 그동안 주장한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이 ‘키 리졸브’ 중단을 주장했지만,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수용하면서 ‘남한이 편리한 대로’라며 일정을 우리 측에 일임했기 때문에 ‘키 리졸브’가 끝나는 시기로 미룬다면 그동안 북측이 주장해 온 ‘진정성 있는 행동’에도 의구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측은 지난해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나흘 앞두고 아무런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상봉행사를 무리하게 연기하거나 중단을 요구할 경우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악화된 대외적 관계가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이산가족 상봉 합의는 향후 진행될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리 측이 요구한 2월 중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수용한 만큼 향후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 우리 측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행보라는 것.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자신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주는 금강산관광 재개 합의를 위한 포석으로 향후 진행될 관광 실무회담에서 협상력 강화를 노렸을 수도 있다”면서 “북한은 향후 자신이 원하는 요구를 우리가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만약 이산상봉과 한미훈련이 날짜가 겹친다면) 북한이 실무접촉으로 나오기 전 일주일동안 침묵을 지키면서 ‘키 리졸브’ 훈련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준비를 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면서 “남북화해 분위기를 유도해 참여 인원 축소와 동맹 약화를 노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산상봉을 수용해 남북 관계를 풀면서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려는 북한의 의지가 엿보인다”면서 “명분을 쌓아 추후에 관계 악화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2014년은 김정은 입장에서는 대외 이미지 개선 등으로 경제 발전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시기로 볼 수 있다”면서 “대중, 대미 외교로 나아가는 데 하나의 발판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