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6강 승부수 최종전으로 미뤘어야 했나?

북한이 2010남아공 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에서 44년만에 만난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복수전’에 실패했다.


브라질과의 예선 1차전에서 보여주었던 ‘질식수비’ 전술에서 날카로운 공격까지 보여주며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지만 포루투갈의 파상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0-7으로 대패했다.


이날 북한은 기존 정대세를 내세우는 원톱 시스템에서 홍영조와 함께 투톱을 이루는 5-3-2 시스템으로 변화를 주어 경기에 임했다. 


전반전에서 북한과 포르투갈은 유효슛 1:3, 볼 점유율 47:53으로 비교적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며 특히 파울은 포루투갈이 10개, 북한은 0개를 기록했다. 대등한 경기에 포르투갈 선수들은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선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전에서는 포르투갈의 하울 메이렐레스가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 들어 2선에서의 스루 패스를 받아 논스톱 슈팅을 골로 연결시켰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침착한 경기운영과 날카로운 공격을 자주 선보였다.


전반 내내 포르투갈과 북한은 서로 공격과 수비를 빠르게 전환하며 양측의 진영을 오고 갔고 그 가운데 북한의 안영학, 홍영조, 차정혁이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포르투갈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에 반해 정대세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많은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트래핑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으며 그의 슛은 높게 떠 골문을 크게 벗어나기도 했다.


북한은 후반 8분 메이렐레스가 박스 우측으로 달려가는 시망에게 수비를 가르는 스루패스, 이를 시망이 골을 마무리하며 두번째 골을 처리한 후 무너지기 시작했다.


북한은 두번째 골 허용 후 부터 수비선을 끌어올리며 수비 조직이 헐거워지기 시작했다. 무리한 공격과 수비진영에서의 잦은 패스미스를 보이며 조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할 경우 16강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리한 공격을 한 것이다.


이후 정대세도 더 이상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수비선의 전진으로 빈 공간이 더욱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패스미스와 문전 처리 미숙이 포르투갈의 찬스가 되며 실점의 요인이 됐다.


포르투갈은 코엔트랑의 빠른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우구 알메이다가 가볍게 헤딩슛으로 세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호날두의 쓰루패스를 받은 티아구가 네번째 골을, 리에드손은 북한 수비수의 볼 처리 미숙으로 인해 따낸 볼을 문전에서 성공시키며 다섯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경기 막판에도 포르투갈의 융단폭격은 계속됐다.


후반 42분 들어 골 가뭄에 시달리던 호날두가 수비에게 볼을 따내 단독찬스를 맞이하여 여섯번째 골을 성공시켰으며, 경기종료 직전인 44분에도 티아구가 왼쪽 측면에서의 센터링을 받아 마지막 행운의 일곱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북한과 포르투갈의 최종경기 결과는 0-7.


한편 정대세는 경기종료 직후 인터뷰에서 “후반들어 실수가 너무 많아서 골을 많이 허용했다”며 “1966년의 복수를 꼭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다. 우리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미안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오늘의 패배로 북한은 다음 경기와 상관없이 16강 티켓을 거머쥘수 없게 됐다.


한편 일각에서는 더 기다리는 전술로 16강 가능성을 최종전까지 연장시키는 것이 현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포루투갈과도 비기고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16강 진출 가능성을 따지는 냉정함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