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해 김정일이 10월 8일 남겼다는 발언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유훈의 핵심 내용은 ‘김정은을 잘 받들라’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고귀한 유훈, 간곡한 당부’라는 제목의 글에서 “장군님께서는 지난해 10월 8일 김정은 동지의 위대성에 대해 말씀하면서 김정은 부위원장을 진심으로 받들고, 일꾼들은 당의 두리(주위)에 한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쳐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어 김정은을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하면서 ‘10.8 유훈’을 근거로 내세웠다.
김정일의 유훈을 정면에 내세워 체제결속을 다지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10·8유훈을 특별히 강조하고 나선 것은 김정일이 1997년 이날 당 중앙위와 당 중앙군사위 공동명의로 당 총비서로 추대된 날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전 김정일이 북한의 최고 권력집단인 노동당 총비서에 추대된 이날에 이미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라고 유언을 남겼다는 것을 내세워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정당함을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도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 우상화를 위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숫자와 날짜를 선택해 활용해 왔다”면서 “북한이 10월 8일 유훈을 강조하는 것은 김정일이 총비서로 추대된 날이라는 것을 상징화시켜 김정은의 권력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북한 내 각 사회 조직에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김정일 유훈이라는 문건이 배포됐을 것으로 탈북자들의 예상하고 있다.
복수의 탈북자들은 “노동신문에 10.8유훈을 언급한 것은 이미 당에 포치(전달)되어 문건으로 각 기관에 내려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북한 인민들은 학습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김정일의 유훈을 접했을 것이고, 김정은을 잘 받들자는 분위기를 유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정일의 10.8 유훈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절차를 마무리 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김정일이 죽자 생전 그의 발언과 지시사항을 근거로 유훈을 급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당 간부 출신 탈북자 김명성(가명)씨는 “김정일이 죽을 것을 예상하고 10월 8일에 유훈을 남겼을 수는 없다”면서 “김정일이 급사하고 나서 김정은 후계 세습을 위해 유훈이라는 것을 급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