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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쌀값이 폭등하는 춘궁기를 앞둔 3월 초 북한 장마당과 종합시장 쌀값이 3월들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같은 현상은 90년대 중반 식량난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데일리NK가 최근 북한 내 쌀값을 조사한 결과 지역적으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대체로 800에서 900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보다 200원 정도 하락한 가격이다. 지난해 남측의 대북지원 중단과 대규모 수해가 맞물려 올해 초 대규모 식량난이 예상된다는 외부사회의 우려를 무색하게 만드는 현상이다.
3월 초 청진시장에서는 쌀 1kg에 9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함흥은 750원, 평양과 황해남북도 지역은 700원대다. 지난해 10월 핵실험 직후 북한 쌀값은 1000원에서 1100원 수준이었다.
북한의 본격적인 춘궁기는 4월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생산된 쌀과 잡곡이 서서히 바닥을 보이면서 쌀 수요가 증가하는데 반해 시장 유통량은 감소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월에 접어들면 본격적인 춘궁기를 앞두고 식량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 |
10월(핵실험) |
12월 |
2월28일 |
신의주 |
1100원 |
1000원 |
800원 |
청진 |
1200원 |
1100원 |
900원 |
함흥 |
1100원 |
900원 |
750원 |
평양 |
1000원 |
800원 |
700원 |
▲ 2006년 10월~2007년 2월말 쌀 1kg당 가격 변화(북한돈1000원=한국돈 280원) |
북한에서 쌀 가격은 시장 유통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쌀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쌀 공급에 별 차질이 없고 가까운 시일 내에 쌀 가격이 폭등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쌀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시장에서 쌀 수요가 증가하면 시장 상인들이 판매량을 늘려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 이는 중국과 무역이 활발해 쌀 반입도 원할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의 반응이다.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의 대북지원은 중단됐지만 중국을 통한 북한당국의 식량 수입이 늘어난 것도 쌀값 안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9일 핵실험 이후 북한 당국은 수확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10월에 7423t, 11월 3천910t, 12월 3천928t 등 10월 이후 1만5천261t의 식량을 중국에서 수입했다고 통일부와 KOTRA가 밝혔다. 통일부는 이러한 북한의 식량 수입이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당국의 식량 수입 증가는 일시적으로 나마 북한의 식량난을 완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북한의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일부의 우려와 예년 수준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세계식량기구(WFP)와 한국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북한 식량 생산량 전망은 430만톤 수준이다. 춘궁기에 식량값이 지금 처럼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의 수요를 감당할 정도의 식량 공급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지난해 대규모 수해로 인해 식량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면 북한 주민들도 식량난을 우려해 사재기 열풍이 불었을 것으로 탈북자들은 전망한다.
여기에 6자회담 2·13합의 이후 외부의 식량지원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늘면서 쌀값의 하향 안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불어 외부사회의 올해 춘궁기 대규모 식량난 전망은 북한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