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0년만에 軍→黨으로 통치 옮기나?

북한이 본격적으로 조선노동당의 권위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핵실험국이 된 만큼 군 중심에서 당 중심 통치로의 원위치를 의미하는 것이고, 아울러 김정일의 ‘후계자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7일, 28일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지방에서는 군대보다 당 기관을 우선 내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중앙당의 내부지시 문건이 지난 2월 1일 각 도(道)로 내려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들은 “지시 문건이 내려왔고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고 있다(회령 주민)” “2월 중순 외화벌이 일꾼을 모두 모아놓고 이와 같은 내용으로 강연회를 진행했다(청진 주민)” “앞으로 군대의 횡포가 좀 줄어들 것이라며 주민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혜산 주민)”고 전했다.

이번에 하달된 지시문은 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부터 ‘선군정치’를 강조해온 김정일이 10년여 만에 군 중심에서 당 조직 중심의 통치로의 이동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탈북자 출신의 한 북한전문가는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정일이 이제는 군에서 당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때가 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지난해 10월 보위부, 보안성, 검찰 등 공안기관을 장악하는 중앙당 행정부장에 매제 장성택을 재기용한 바 있다. 또 최근 중앙당 통일전선부에 대한 조직지도부의 대대적 검열이 당적 질서를 강력히 세우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중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의 각급 당 조직을 지도 검열하는 부서이며, 조직지도부 검열은 북한에서 가장 강력하고 특수한 검열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전문가’인 손광주 데일리NK 편집국장은 “김정일은 이미 핵보유국이 된 만큼 3대 강성대국 중 군사대국은 확실히 달성됐다고 보고, 이제는 오랫동안 실추된 당의 권위를 회복해 본격적으로 당적 질서를 재건하려는 시도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김정일은 뉴욕필 평양초청 등 연성(軟性) 프로그램으로 정확한 핵신고를 비롯한 북한 핵문제에 대한 기본 초점을 흩트리고 있다”며 “베이징 올림픽이 있는 올해 김정일은 대외 ‘평화 프로그램’으로 중국의 지원도 얻고, 미국과의 교류협력을 확대하여 대외관계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내부적으로 당의 권위회복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아직은 정보 수준이 낮아 예단하기 어렵지만 이번 조치가 ‘후계자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은 “후계 체제가 본격화된다면 ‘당 중심’ 혹은 ‘조직지도부 중심’으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후계자 입장에서는 부족한 개인적 권위를 당의 권위 혹은 조직지도부의 권위로 채워야 한다. 이런 조치를 후계자가 요청했을 수도 있고, 김정일이 미리 바탕을 깔아놓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前 조선노동당 국제비서)은 “후계자 문제를 염두에 두고 내린 조치일 수 있다”며,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결국에는 김정일의 아들이 할 것이며, 김정일은 어떤 형태로든 조직지도부를 중심으로 노동당의 권위를 높이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김정일의 이같은 당 조직 강화 시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한기홍 대표는 “김정일은 이미 10년 넘게 비정상적인 선군체제로 나라를 운영해왔다”며 “그 기간 동안 당의 권위는 완전히 무너지고 군의 권위와 힘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졌는데, 이제 와서 그것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동안 권력의 단맛을 알아버린 군부의 보이지 않는 저항도 예상해야 한다”며 “군에서 당으로 권력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과정에 김정일의 통제를 벗어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출신의 북한전문가 역시 “당의 중앙조직도 문제이지만 기층 당조직은 사실상 거의 와해된 상태”라며, “당조직이 다시 과거와 같은 권위를 회복해 지도력을 행사하는 것이 김정일의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