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는 28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한국의 조사결과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외신 기자를 모아놓고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최소한 1998년 헌법 개정으로 국방위원회가 최고 군사기구로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보인다. 그만큼 북한의 입장이 절박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박림수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진 130t급(연어급)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고 조선중앙TV와 일본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박 국장은 “130t 짜리 잠수정이 1.7t 짜리 중어뢰를 싣고 해군기지를 떠나 공해를 돌아서 ㄷ자형으로 온 뒤 그 배(천안함)를 침몰시키고 돌아간다는 게 군사 상식으로 이해가 가느냐”며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국방위 정책국의 이선권 대좌는 남측이 증거물로 제시한 어뢰에 쓰인 ‘1번’ 글자에 대해 “우리는 무장장비에 번호를 매길 때 기계로 새긴다”며 “매직으로 쓰인 것 같은 글자는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에서는 광명성 1호 등 ‘호’라는 표현을 쓰지 ‘번’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번’이라는 표현은 축구선수나 농구선수 같은 체육 선수에게만 쓴다”고 해명했다.
이 대좌는 “남측은 가스터빈을 공개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면 터빈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천안함 날조 공세는 해외와 남한 내부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천안함 사태의 조사결과가 날조됐다는 내용의 괴서한이 국내 종교ㆍ사회단체와 정당 등에 도착하고 있다.
29일 통일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천태종은 최근 A4용지 15장 분량의 서한을 팩스로 받았으며, 28일 오전 수신 사실을 경찰에 알려왔다.
또 해외에서는 북한 외교관들이 직접 주재 국가 관리들을 만나 ‘천안함 사건’은 날조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증거를 대라’는 요구에 망신만 당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천안함 날조 공세를 대폭 강화하는 것은 좁혀지는 국제 제재망에 중국과 러시아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제기한 각종 의혹은 국내 인터넷 괴담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어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북한 해군은 130t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우리 군은 천안함 사건 이전부터 북한이 1800t 로미오급 잠수함 20여척, 325t 상어급 잠수함 40여척, 130t 연어급 잠수정 10여척을 보유한 사실을 파악했다.
북한은 130t급 잠수정이 중어뢰를 탑재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것과 비슷한 크기인 이란의 ‘가디르’급(120t급) 잠수정이 직경 533mm 어뢰 발사관 2문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터무니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으로 확인된 북한제 어뢰는 직경 533mm 중어뢰인 CHT-02D다. 전문가들은 일부 설계만 더해지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또 북한은 무기 설계 카달로그 존재 사실을 부인했지만 중동과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자체 생산무기의 해외 판매용으로 제작한 카달로그를 수 회에 걸쳐 사용해온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추진부 뒷부분 안쪽 ‘1번’ 글씨도 북한은 조작 시비의 핵심적 근거라고 말했다. 부품 번호를 써놓을 때 매직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합동조사단은 조사 결과 발표 당시 7년 전 우리 해역에서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경어뢰 프로펠러에도 같은 양식의 번호가 적혀져 있었고, 북한 서체의 한글을 무기에 표시할 국가는 북한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훈련용 경어뢰에는 ‘4호’라는 한글이 새겨져 있었다. 군 당국은 이 번호는 조립이나 수리할 때 부품을 알아보기 위한 표식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