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李정부에 관망기조 유지하며 견제구

지난 달 29일 조선신보 시론에 비친 북한의 속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념과 실용주의는 대치관계에 있지 않다’는 제목의 시론에서 “’비핵.개방.3000구상’은 ”비현실적이며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문은 ”개방하라느니, 10년안으로 북 주민의 소득을 3천달러로 올려주겠다느니 하는 얘기도 너무도 북을 모르는 소리이며 또 같은 민족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념이 없는 실용주의는 큰 위험성을 띠고 있음을 절대로 간과할 수는 없다“면서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발감도 드러냈다.

조선신보의 시론을 새 정부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 반응으로는 볼 수 없지만 내포된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북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과거 할 말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하기엔 이르거나 껄끄러울 경우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노동신문 등의 공식 매체 대신 외곽매체인 조선신보를 활용하는 듯한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신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이틀 후인 2003년 2월27일 다소 긍정적인 톤으로 새 정부의 대북 정책 전망을 보도한데 이어 그해 4월에는 북한 대남 관계자와의 인터뷰 형식을 빌어 한.미 공조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구체적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를 겨냥한 이번 보도도 5년전과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이 행동으로 구현되는 것을 본 다음 공식 반응을 내겠다는 입장 아래 미리 조선신보를 통해 견제구를 한 번 던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북한으로선 전략적 측면에서 남한 새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는 듯 하다“면서 ”다만 외곽매체인 조선신보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북핵 우선주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조선신보의 이번 시론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이 언급된 대목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남북간 합의한 사항들을 새 정부가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은근하게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번 시론과 관련, 남한 정부에 대한 비판성 내용 보다는 ”북측은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아직까지 뚜렷한 대북정책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대목에 주목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 연구위원은 ”남한 새 정부가 아직 뚜렷한 대북정책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 좀 더 의미있어 보인다“면서 ”역설적인 해석일지 모르지만 남한 정부에 대한 북한의 침묵이 좀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최근 남북관계 관련 발언이 북한이 듣기 좋을 법한 내용과 그 반대 내용 사이를 ‘왔다갔다’한 점도 새 정부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이 늦어지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식 이틀전인 지난달 23일 ”새 정부 출범으로 북한이 긴장할 이유가 없다“며 ”새 정부는 남북한이 화해하고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데 이어 25일 취임식에서는 ‘실용주의’, ‘비핵.개방.3000 구상’ 등의 키워드를 열거하며 평소 지론을 밝혔다.

그러나 1일 3.1절 기념사에서는 ”남북문제도 배타적인 민족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다. 민족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 북한이 일관되게 내세우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