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李정권 ‘장군’에 ‘멍군’으로 맞대응”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발생한 지 24일째인 3일 ‘조선인민군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 특별담화’를 통해 지금까지의 우리 정부의 조치를 ‘반공화국 대결책동’ 규정, 강하게 대응할 뜻을 밝혀 주목된다.

담화는 우리 정부의 금강산 관광 중단 조치와 합동진상조사 요구를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불필요한 남측인원 추방 ▲남측인원과 차량 군사분계선통과 엄격히 제한·통제 ▲관광지와 군사통제구역안 사소한 적대행위에 강한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이날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북한이 진상조사에는 응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은 누가 보아도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남북관계 뿐 아니라 국제관례로 봐서도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우리로서는 이번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관광객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강산에 관광객을 보낼 수 없다”며 “북한은 관광객들이 개성지역도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도록 신변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오히려 남측인원 추방 등 강경조치 등을 들고 나온 것은 전형적인 북한의 대남 압박전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은 담화에서 사건의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번 사건은 남측 민간인의 군시설 불법행위에 따른 정당한 군사적 행위로 규정하고, 자신들이 현대아산 측에 시신을 양도하고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이미 다했다면서 남측의 진상조사 요구를 일갈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진상조사 요구를 거부하는 명분과 함께 이번 사건으로 인한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 정부의 무리한 요구에 따른 결과라고 책임전가하면서 남한 내 갈등을 조작,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전환을 시도하려는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담화는 이 대통령과 한승수 국무총리, 통일부 관계자, 한나라당 등 보수 정당 및 단체들을 싸잡아 “적반하장격으로 계속 소란을 피우고 사건을 날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측은 또 남한 정부가 합동 조사의 근거로 제시하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와 관련해서도 “그것은 관광지 안에서만 해당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정부합동조사단의 모의실험 결과와 한승수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한 전형적인 북한식 ‘맞받아치기 전법’으로 남한 정부를 압박하는 전술”이라며 “북한이 합동조사는 안 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구체적으로 사건 정황을 밝힌 것은 변명”이라면서 “의도성이 아닌 우발성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출범 초기부터 남북관계 보다는 국제공조를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가 이번 사건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국제 이슈화 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담화는 이 같은 움직임을 “구차하게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추태”라고 비난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이번 금강산 피살사건을 ARF 등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국제적 룰을 강조하며 ‘장군’하니까 ‘멍군’하면서 한 수 더 나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처럼 군대변인 담화를 통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겠다는 언급이 없었던 것을 비춰볼 때 북한이 아직까지 관광중단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투자하는 것도 없이 현금이 그대로 들어오는 사업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달러의 직접적 수입원인 금강산 관광을 먼저 중단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화벌이가 절박한 북한은 수입의 큰 파이프(금강산 관광)는 끊지 않으면서 작은 파이프(남측 당국자 추방 등)는 막아 압박을 취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철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금강산 관광은 단지 산만 보여주고 돈을 받는 것이니까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 북한이 강경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오히려 이명박 정부를 향한 강력한 압박조치까지 시사함으로써 당분간 사건해결은 요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그동안의 대남전략을 비춰볼 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기브-업(give up)’시켜 과거 10년 정권의 대북정책으로 회귀할 때까지 압박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 같은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북한연구실장은 “우리가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북측은 또 맞받아치는 식이 될 수 있다”면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북한에서 재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하든 경색국면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이명박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햇볕정책 계승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단계적 압박카드”이라며 “독도 문제 등 외교정책으로 인해 수세에 놓인 이명박 정부에게 남북관계의 악화 책임론까지 씌워 대북정책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