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李대통령 제안 ‘진정성’ 확인 주문할 듯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6.15공동선언 및 10.4정상선언 이행을 북측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한 것에 즉각 호응하기보다는 언론매체들을 통해 이행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하는 등 당분간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일단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직접, 그리고 ’이행 협의 용의’를 밝힌 것에 대해선 미흡하지만 진전된 것으로 내부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사인한 이들 선언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직접 이행의지를 밝힐 것을 요구하며, 이를 남북관계 진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8일만 해도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이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언급에 대해 “북남관계 악화의 책임을 모면하고 안팎으로 고립된 처지에서 벗어나 여론을 오도해보려는 것”이라며 “6.15선언 및 10.4선언에 대한 입장부터 명백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국민의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세종재단 이사장은 “북한이 그동안 6.15와 10.4에 대해 존중하고 이행의지를 밝히라고 해온 만큼 이행 언급은 늦었지만 잘된 일”이며 “말장난이 아니라면 북측도 나름 평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그러나 “진짜 이행하려는 것이라는 것을 북측이 알 수 있어야 한다”며 후속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식량 지원 의사를 밝히고 회담을 제의한다든가 남북채널을 이용해 특사파견을 제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예시했다.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 대통령의 전면적인 남북대화 의지를 실증할 후속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불신 속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긍정적인 대북 발언을 해도 “진정성없는 위선”이라며 “제입으로 아무리 진심이라고 강변해도 실천이 그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그것을 믿지 않는다”고 폄하해 왔다.

미국과 핵협상에서도 북한은 미국에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전환을 주문하면서 행동으로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역시 “새 정부가 대화 제안을 했다고 해서 북한이 바로 응할 가능성은 없고, 북한도 일단 이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며 “우선 대화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건없는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고, 10.4선언중 가능한 사업부터 이행해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후속조치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 대통령의 제안이 미흡하더라도 남측 정부가 무조건적인 식량지원 같은 조건없는 실천의지를 보인다면 북한이 호응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대북 정책의 우선순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6.15선언과 10.4선언의 전면 이행이라기 보다는 ’이행 협의’라고 돼 있어 북한의 호응 여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고 교수는 지적했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도 6.15 및 10.4선언의 완전한 이행이나 승계, 존중이라는 표현이 아니고 북핵 문제의 선결을 강조한 점 등으로 인해 “북한이 시니컬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더구나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관계에 진력하고, 남측과는 거리를 둔다는 기조 하에 움직이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발언에 곧바로 호응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대북 전문가 역시 “북한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나온 제스처인지 아니면 실제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는지를 지켜볼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 보수적 인사들이 많아서 어떤 반응들이 나올지 알 수없는 위태위태한 구조이기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좀더 지켜보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북측은 대통령의 발표 후에 우리 언론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주목할 것”이라며 “언론이 대통령이 계승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하면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북측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보수적인 시각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에서 주도권 장악,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 등의 목적으로 그동안 북한이 실명비난해온 정부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인사조치나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유감 표명 등의 더 강한 요구를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남한 정부 길들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정부가 다른 문제로 약해져 있는 만큼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더욱 몰아붙이기 위해 이 대통령의 제의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이 대통령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뿐만 아니라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등 역대 정부가 합의한 모든 것의 이행을 협의하자는 차원에서 남북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며 “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해 6.15공동선언 이전의 남북 합의 부분에는 관심이 없는 만큼 이 대통령의 발언에 부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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