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李대통령 비난·대북정책 거부’…노림수는?

북한 노동신문이 1일 ‘논평원 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 ‘역도(逆徒)’로 지칭하면서 새 정부의 ‘비핵∙개방3000’구상을 조목조목 비판해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매체가 ‘논평원’ 명의로 글을 게재했지만 노동신문이 북한 노동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지라는 점에서 이번 논평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노동신문의 글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이나 담화보다는 한 단계 낮게 평가된다. 논평원 명의의 글도 사설이나 논평에 비해 한 단계 낮은 수위다.

이와 관련, 북한 기자출신의 한 탈북자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노동신문이 굳이 ‘논평원 글’이라고 표현한 것은 논설로 내보낼 경우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부담때문으로 보인다”며 “한마디로 퇴로를 열어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북한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남측 당국자 11명 추방, 합참의장의 발언 취소 및 사과 요구 등에 이어 이번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고, 대북정책 전반을 비판한 것은 이후 대남 압박강도를 보다 높이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그 동안 남측 대통령 실명 거론을 자제했던 북한이 실명을 거론한 것은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남측 당국자 추방, 남북대화 단절 경고 등 1차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남한 정부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당당한고 의연한’ 자세를 강조하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조선이 우리와 등지고 대결하면서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두고 볼 것” “남북관계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라는 직접적인 언급한 것도 남한 정부의 대북 고자세를 겨냥, 이후 남북간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모든 게 현 정부의 책임이라는 압력을 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비핵∙개방3000’ 구상을 ‘반(反)통일선언’ ‘반동적인 실용주의’ 등으로 규정하고 집중적으로 비판한 점이 주목된다.

北, 통미봉남(通美封南) 대남정책으로 전환 예고?

이 매체는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해 “핵완전 포기와 개방을 북남관계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극히 황당무계한 것”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며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반통일 선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새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워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그 이행을 가로 막아 나서고 있으며, 특히 남북관계를 실용외교의 농락물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지금처럼 북남선언들과 합의들을 짓밟고 외세의 추종하면서 대결의 길로 나간다면 우리도 대응을 달리 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입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것과 관련, 매체는 “‘북핵포기우선론’은 핵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장애만을 조성하는 대결선언이고 전쟁선언”이라며 “참패당한 미국과 한국의 전임정부의 교훈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이어 핵억제력을 ‘선군의 산아’라고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폐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미북 및 국제문제라고 주장, 남한 정부와 흥정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정부가 ‘감나라 배나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한을 배척한다)’ 전략으로 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개방’과 관련해선, “반북대결을 고취하기 위한 궤변이고 반통일적 망동”이라며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용납 못할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남측의 개혁∙개방 용어사용을 ‘체제위협’으로 규정,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4대원칙’에 대해서 “6∙15이후 좋게 발전해온 북남관계의 문을 걷어매는 데로 나가고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인 점도 주목된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식의 대북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새 정부가 “과거와 같은 대북정책은 하지 않겠다”면서 ‘실용과 생산성’ ‘원칙에 철저’ ‘유연한 접근’ ‘국민적 합의’ ‘국제협력과 남북협력의 조화’의 원칙을 밝힌 것에 대해 직접 반감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소득3000’과 관련, 이 매체는 이를 “사탕발림의 얼림수”라고 폄훼했다. ‘흥정’ ‘모독’ ‘우롱’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했다. 그러면서 “선군이 없었다면 남조선 경제는 살아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강변했다.

특히 남한 경제를 거론하면서 ‘북한을 등지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자’고 언급한 것은 향후 상황에 따라 군사적 긴장 조성을 통해 남한정부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대북정책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 원칙 유지할 것

이와 함께, 노동신문은 이명박 정부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권문제를 거들고 있는 것은 우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인 동시에 동족 사이에 적대감과 불신을 고취하고 북남관계를 대결로 몰아가기 위한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인권 문제 거론을 체제간섭으로 보는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적극적 거론에 지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체제불간섭’ 원칙을 어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남관계 기본원칙을 밝힌 7∙4남북공동성명과 조국통일의 대강인 6∙15공동선언과 그 실천강령인 10∙4선언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가장 중요한 정신”이라고 말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남북간 장기 경색관계도 염두하고 갈수록 대남 압박을 강화해 나가는 수순”이라며 “미북간 북핵 협상도 잘 풀리지 않고,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도 마땅치 않아 당분간은 대남 경고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러나 “과거 김영삼 정부 때처럼 완전한 단절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한 뒤, “북한은 역대 남한 정권 초기마다 남북교류를 잠정적으로 중단했고, 모험적 행동(군사적 도발)도 했다”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단절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 ‘길들이기’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미국 대선 등의 국면 등을 고려,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후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중국의 눈치를 보며 저강도 군사도발 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우리 정부는 “북한의 반응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표명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거 식의 대북정책은 하지 않겠다”며 햇볕정책을 비판한 만큼 대북정책 방향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날 오후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대북관계를 단기적으로 보지 않는다. 멀리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했다. 이어 “국가원수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태도라고 본다”며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더 이상의 반응은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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