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李대통령 대화촉구 호응할까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13일 “북한도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언제든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혀 북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북한은 김태영 합참의장의 북한 핵공격 대책 발언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핵폐기가 이뤄져야만 개성공단 2단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언급을 문제 삼아 사죄를 요구하면서 당국 간 회담을 중단시키고 남측 당국자의 방북을 금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북한은 각종 언론매체를 동원해 이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을 거칠게 쏟아낼 뿐 아니라 ‘비핵.개방3000’ 등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북측의 험악한 언급에 대해 자제력을 보이면서 대화를 촉구했다는 점은 북측의 호응 가능성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나라 안팎으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남북관계도 지난 10년간의 기존 틀이 새로이 정립되는 조정 기간을 거치고 있다”며 “최근에 있었던 북한의 도발적인 언동들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그러한 관점에서 원칙을 갖고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 주민의 생활에도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향후 6자회담의 진전 등의 상황을 감안해 북한에 대해 비료나 식량 등을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북한도 마냥 거부만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북한이 작년 수해 등으로 올해 최악의 식량난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쪽에서 지원결정이 내려진다면 그동안의 남북관계 경색을 풀고 대화국면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대화에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은 이미 남북관계를 풀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며 “각론에서 부분적으로 수정은 하게 되더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남북관계가 지난 10년간의 기존 틀이 새롭게 조정되는 기간이라고 명시한 상황에서 북측의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측이 이 정도의 언급으로 그 동안의 자세를 접고 회담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에서는 정부가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기존의 합의된 사업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결론을 내놓음으로써 북한의 긍정적 판단을 이끌어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북한은 오는 19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인 만큼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 분위기’가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대통령의 언급에 특별히 문제삼을 내용이 없는 만큼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올 대북메시지에 주목할 것”이라며 “이 대목에 정부의 보다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오히려 북측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의 핵문제 우선해결이라는 전제조건 뿐 아니라 이번 기자회견에서 “북한주민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북한인권 연계론을 내세움으로써 북한이 더욱 거세게 반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이 대통령의 주민생활 언급은 북한이라는 대상을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부시 1기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유사하다”며 “이러한 대북인식은 결국 김정일 정권은 ‘착한 인민을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상대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어렵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남북한 간 레토릭 경쟁의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더 강한 반발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재검토하고 있는 정책이 완성될 때까지는 오히려 북한을 무시하고 있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노동신문은 10일 북한의 국민소득을 3천 달러로 올려주겠다는 ‘비핵.개방 3000’에 대해 “‘국민소득 3000’이라는 것은 사기협잡꾼의 반공화국 모략의 산물”이라며 “자주적 존엄을 건드리는 사탕발림”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강조한 북한주민들의 생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나 “변화”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오히려 내정간섭적 발언으로 비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말을 아끼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미국, 일본 등과 정책조율을 마치고 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성을 갖출 때 다듬어진 정책을 가지고 북한에 대해 공식적인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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