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李당선인 취임식 전후 어떤 움직임 보일까

최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이 조만간 ’모종의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북핵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과거 북한이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해서 ‘대형 사고’를 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은 5년전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코앞에 둔 2003년 1월10일 전격적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른바 제2차 핵위기의 발단이 된 2002년 10월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당시에는 고농축우라늄으로 불림) 파문으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제네바 체제가 붕괴됨은 물론 한.미 간에도 미묘한 전선이 형성됐었다.

대(對) 중동 정책에서 강경한 입장을 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도 압박을 구사한데 반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의 연장선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었다.

이 때문에 한.미 관계가 한동안 불편한 상황에 처했다는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앞서 북한은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1993년 3월12일에도 NPT 탈퇴를 선언했었다. 이른바 제1차 핵위기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북한 핵 문제가 국제적인 최대 이슈로 부각한 계기가 됐었다.

당시 위기는 결국 1994년 제네바 합의로 봉합됐지만 한국 외교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했고 이런 경험은 이후 북핵 6자회담에 적극 참여하는 동인(動因)이 됐다는게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전력 때문인지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다시 ‘전격선언’을 할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상황이 긴장국면 쪽으로 전환되는 조짐이어서 더욱 북한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10.3합의에서 약속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놓고 미국 등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충분한 신고서’ 제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핵 시설 불능화의 순조로운 진행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난해 12월31일까지로 시한을 못박은 10.3합의의 정신이 완전히 이행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미국내에서 점차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또 북한 내부에서도 ’강경 대처’ 주장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황은 심상치 않은 단계로 넘어갈 가능서도 배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실제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22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등 의무사항을 이행해야 핵문제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강경정책에 우리는 언제나 초강경으로 대응해 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조선이 이 같은 언급을 ’선택의 권리와 자유는 미국에만 있지 않다’는 제목의 개인논평으로 게재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북한이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해 가장 첨예한 현안인 UEP 문제에 대해 북한이 여전히 ’없는 것을 어떻게 있다고 하느냐’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게 외교가의 분위기다.

특히 그동안 목소리를 죽여왔던 딕 체니 미국 부통령실의 움직임이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인내의 한계’를 넘을 경우 미국 쪽에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93년이나 2003년의 경험에서 보듯 북한은 미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또는 유엔 등에서 강경책을 발표하면 이를 명분으로 ’초강경책’을 발표해왔다.

따라서 미국 강경파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북한이 활용하기 쉬운 명분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이명박 정부가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대북 정책을 내세운 것도 북한은 ’좋은 이유’로 삼을 수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최근 ’중기국제정세전망(2008-2013)’에서 북한이 조기에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협상이 정체되고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모험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지난 20년간에 걸친 북핵 협상을 면밀히 관찰한다면 북한은 중요한 담판을 앞두거나 협상이 정체돼있을 때마다 모험적 극단 행동으로 위기상황을 조성한 직후 반전을 통한 극적 효과를 극대화, 상황을 돌파하고 반대급부를 최대화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6자회담의 협상동력이 아직 유효하고 미국의 대표적 협상파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이 여전히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도 현재의 대북 협상기조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까운 시일내에 ’파국’이 초래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여전히 협상을 통한 핵 문제 해결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먼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면서 “다만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조기에 협상동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점차 협상보다는 대결 쪽으로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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