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 포기’ ‘북핵 대변인 노릇’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의 발언이 담긴 ‘노무현-김정일 비밀회담 녹취록’이 있다고 폭로하자 여야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남한 대선 개입을 노골화하며 대남 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 매체들은 현재까지 이와 관련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관망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 발언이 북측의 입장에서 남한 대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 녹취록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게 되면 민주통합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얘기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이번 파문이 있기 전인 지난 9월까지 하루 평균 4.6회의 대선개입 선전선동을 해왔다. 5년 전인 17대 대선 같은 기간의 1.5회에 비해 3배가 늘어난 횟수다.
또한 지난 29일에는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미군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유령선’이라고 강변했다. NLL 존중을 전제로 ’10·4 선언’에 합의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남전략은 남한 내에서 NLL 문제를 비롯해 평화협정, 남북관계 파탄 정부 책임론 등으로 정치권을 비롯한 남한 사회의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 매체들은 이와 관련 논평, 성명 등을 통해 대남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노-김 녹취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기관 연구위원은 “북한은 지금 상황에서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 입장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이 문제(NLL 문제 등)가 (정치권에서) 정쟁의 대상에서 사라지게 되면 차후에 이와 관련 사실을 흘려 남한의 내부적 분란을 유발시키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현재로서는 북한이 얻고자 하는 목적을 얻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방관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3가지 문제에 대한 갈등이 무력화되지 않으면서도 ’10·4선언’이 유지되는 것을 바라기 때문에 침묵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