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후보비난, 이명박->이회창 초점 이동

남한의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특정후보에 대한 북한 언론매체들의 비난보도가 2002년 대선 때 비해 급증한 가운데 공격 대상이 지난 14일부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서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로 완전히 옮겨졌다.

최근 서울에서 수신되는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의 남한 대선관련 보도 경향을 분석한 결과, 15일께를 기점으로 특정후보를 비난하는 보도가 하루 7-8건에 이른다. 이는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에서의 노동신문 등 인용보도, 방송의 경우 재방송 등을 모두 합친 숫자이다.

이에 비해 2002년 대선의 경우 이맘 때 북한의 비난 보도물은 하루에 1-2차례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8월말 이래 이명박 후보를 비난하던 북한 보도물이 이회창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엔 각종 여론조사상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제쳐 둔 채 이회창 후보만 집중 공격하고 있는 점.

북한 매체들은 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선 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를 함께 거론하며 공격하다가 8월20일 이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공식 선출된 후에는 열흘가까이 뜸을 들인 뒤 30일부터 이명박 후보를 종종 비난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가 지난 7일 출마선언을 한 후엔 역시 일주일 가까이 침묵하다가 14일부터 이회창 후보에 비난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이회창 후보가 이명박 후보보다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장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5일 “북측은 내심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가 낙마할 경우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데서 출마 명분을 찾은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회창 후보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총리회담 때 북측 인사들이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물으며 많이 우려했다”며 “대북정책이 강경보수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북측 언론보도에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 매체들은 2002년 대선 때 대북화해.협력 정책을 주장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를 전혀 거론하지 않은 것처럼 이번에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가 이번 대선 정국에서 정동영 후보를 거론한 것은 지난달 4일 인터넷 사이트인 ‘구국전선’이 ‘2007 남북 정상회담과 각계 세력의 동향’ 제하의 글에서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정 후보의 환영 발언을 소개한 것이 유일하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도 북한 매체로부터 “친미에 물젖은 탓”이라거나 “바르지 못한 속내와 삐뚤어진 대북관” “경망스럽고 실망을 주는 망발” “그의 사람됨 자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등의 비난을 들은 적이 있다.

정 후보가 2004년 8월 통일부 장관에 임명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측이 남측의 조문 불허를 오해해 당국간 회담을 중단시킨 것은 유감이며 핵문제 해결 과정을 봐가며 대북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하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장문의 비난 논평을 냈을 때다.

북한 민화협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방북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났을 때 북한에 대한 남측 언론의 보도 내용에 불만을 표시하는 가운데 북측도 남측을 비난하는 보도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 보도 내용을 잘 보라”며 “우리는 우리와 관계있는 것, 즉 북남관계와 관련된 것에 대해서만 우리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이회창 후보에 대한 포문을 연 14일자 평양방송은 이 후보의 출마선언문가운데 “원칙없는 대북정책으로 북한이 핵실험까지 했다” “한미동맹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등의 대목을 문제삼아 이 후보를 “동족대결과 전쟁을 생존방식으로 삼는 반민족, 반통일분자”라고 비난했다.

다른 언론매체들도 “반통일분자” “민족반역자” “친미주구” “대통령병에 걸린 정치XX”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쓰며 이 후보의 한미동맹 강조와 철저한 상호주의 적용 등의 입장에 심한 반감을 드러냈다.

북한은 지난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나서 조선중앙통신과 인터뷰 형식을 통해 이 후보의 ‘대북정책 근본적 재정립’ 발언을 “좋게 발전하는 북남관계를 파탄시키려는 불순한 기도를 공공연히 드러내 놓고 있다”고 비난한 데 이어 24일엔 조평통 담화를 발표해 “대북정책에서 전쟁론자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눈치를 보면 안된다”는 이 후보의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발언을 공격하기도 했다.

지난 14일이래 24일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이긴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도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문제에서 한미공조 강화 등의 발언을 문제삼아 비난했었다.

평양방송은 지난달 12일 대담 프로그램에서 “올해 대선이 친북좌파와 보수우파의 대결이라고 떠든 것은 남조선 사회에 반공화국 대결감정을 조성함으로써” 대선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거나, “핵문제와 북남사이의 경제협력 문제를 연결시킨 것도 동족과 일체 협력과 교류를 다 걷어치우고 외세와 함께 북남대결 일변도로 나가겠다는 수작”이라는 등으로 이명박 후보를 비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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