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회담복귀 장사’ 좀더 해야겠다?

▲ 1일 NCAFP 주최 세미나 참석한 북한 외무성 리근 미국 국장

6자 회담 재개에 새로운 실마리를 기대했던 리근(李根)-조셉 디트러니 북∙미 회동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방미(訪美)를 경과하면서 ‘폭정의 전초기지 철회’와 ‘중대 제안’이 북핵 정국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미국은 북한의 ‘폭정의 전초기지 철회’ 요구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다. 정 장관이 제안한 중대제안에 대해서는 미국의 3차 6자회담 제안에 결합시킬 수 있다는 일부 수용 자세를 보였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날짜에 대해 진전을 기대했던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주최 세미나에서 리근 북한 외무성 국장은 “이번에 미국측에 우리의 요구를 강조했다”면서 “이제 그들이 반응하는 것을 보겠다”라고 말했다. 조셉 디트러니 미국 대사는 “좋은 만남이었다”고만 대답했다.

이번 접촉에서 북-미 양국은 표면적으로 기존 입장에서 한치의 후퇴도 없었다. 북한은 회담 재개를 위한 미국의 양보를, 미국은 ‘조건 없는 복귀’라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접점 없는 팽팽한 신경전이다. 그러나 북-미 양국은 만남 자체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의미 있었다’라고 말해 이후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北, ‘폭정의 전초기지 철회’ 요구 반복 이유

북한의 한성렬 유엔 주재 차석대사는 6월 중순경 미국이 앞으로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철회’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북-미 회동에서는 보다 분명한 철회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미세한 변화지만 뉘앙스에서는 차이가 있다.

한 대사의 발언은 ‘침묵은 철회’라면서 6자회담 복귀 명분을 찾으려는 의도가 역력했으나, 리근 국장의 발언은 ‘확실한 철회 발언’을 요구, 6자회담 재개 국면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이처럼 발언 수위가 높아진 배경에는 북한 스스로도 최근 상황이 불만스럽지는 않다는 분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폭정의 전초기지’ 사과를 6자회담 재개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은 다분히 ‘미국 책임론’ 부각과 6자 회담 의제를 둘러싸고 미국에 좀더 양보를 요구하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체제보장 문제와 관련, 북-미 관계를 좀 더 진전시킬 수 있는 의제 채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한국 정부가 민족공조에 매달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1일 ’21세기 국제질서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채택, 대미 견제에 보조를 맞추면서 남∙북∙중∙러∙와 미∙일이라는 4:2 구도 만들기를 본격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제안’ 미국과 합의 의미는?

한국 정부는 6자 회담 7월 재개를 잔뜩 기대하다 좀더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섰다. 정 장관이 체니 부통령을 만나 미국의 3차 6자회담 제안과 한국의 ‘중대제안’을 결합시킬 수 있다는 반응을 얻어낸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한국의 중대제안을 결합수용하겠다는 것은 3차 6자회담 제안 내용과 원칙적으로 배치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중대 제안 내용은 ▲북핵 동결에 따른 ‘초기 상응조치’로 미국이 참여하는 대북 에너지 지원 확대 ▲잠정적 다자안전보장의 구체 틀 제공 ▲핵 폐기 이행 시 대규모 경제 지원 등으로 압축된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은 지난 6∙17 회담에서 남측의 ‘중대 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한 후 답을 주겠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중대제안’에 대해 미국측 입장은 긍정적으로 파악됐으나 북한이 여기에 얼마나 주목할지는 미지수다.

◆북한 복귀 날짜 어떻게 계산해야 되나?

미국은 북한이 회담장에 나와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할 뿐 북한 당국이 쏟아내는 말잔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량살상무기 거래 의혹이 있는 북한 기업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한 조치도 원칙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의 결단에 달려있다. 돌연 회담 복귀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한국의 대북 지원도 받아냈고, 북핵 포기시 ‘항구적인 안전보장 약속’ 발언도 나왔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견제 분위기도 협상의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핵 보유 선언까지 한 마당에 미국의 구체적인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북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북한은 이번 세미나를 통한 양자 접촉에서 ‘폭정의 전초기지’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이것은 북한이 현 국면에서 체제보장 문제와 관련, 미국에 양보를 요구하는 ‘장사’를 좀더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은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변국들은 6자회담 재개까지 더 많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중국이 회담 의장국인 만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방북,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복귀날짜가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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