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폐교환, ‘경제’보다 김정일 ‘정치 목적’ 더 크다

영국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통일 관련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대형 사건이 하나 터졌다. 북한 당국이 화폐교환(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오늘(1일) 주민용 방송인 제3방송(유선방송)을 통해 화폐교환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방송의 핵심 내용은 “12월 1일부터 5일 동안 100:1 비율로 새 화폐로 교환해 준다”는 것이다. 새 화폐(신권)은 6일부터 유통된다고 한다. 화폐 교환 기간이 5일밖에 없으니 지금 북한은 북새통일 것이다.


특히 시장 상인들은 혼란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당국이 개인당 15만원(구화폐 기준)까지만 교환해준다는 소식이 있어서 상인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15만원이라면 현재 장마당 쌀 1kg에 2,200원 수준이니까, 대략 70kg 정도를 살 수 있다. 시장 상인들은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것으로 먹고 산다. 이 때문에 당국의 조치는 한마디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북한 당국은 왜 화폐교환을 단행했을까?


시장경제 체제에서 화폐교환을 하는 주된 이유는 한계를 넘어선 인플레이션 등을 강제로 조정하는 ‘시장 안정’이 목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경제 안정보다는 ‘시장 통제’가 목적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국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본을 회수하고, 통제하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옳은 분석인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정책이 갑작스럽게 단행되는 경우에는, 특히 화폐개혁처럼 일시적, 전면적인 조치가 필요한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 하필이면 이 시점이냐?’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경제 위주의 국가가 아니라, 사상 정치 군사 우선의 국가다. 주요 국가정책을 결정할 때 맨먼저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가 사상 정치 군사적 요소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김일성-김정일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배타적으로 우선이다.  


따라서 그런 관점에서 이번 화폐교환 조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제적 이유에 앞서 정치적 이유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첫째, 지금 김정일 정권에게 가장 중요한 ‘과업’은 향후 3대 세습정권을 안정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세습의 중요한 시기는 2012년 경이다. 2012년에 후계체제가 가시화되면서 “강성대국 문패를 달겠다”고 선전해왔다. 또 그런 각도에서 비록 김정일 정권의 장식품(decoration) 역할에 불과하지만 올해 4월의 ‘헌법 개정’에서 선군사상이 주체사상과 함께 북한의 지도사상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화폐교환은 달러, 위안화와의 환율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돈의 가치’를 좀 맞추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현재 장마당에서 1달러는 3,800원, 1위안은 597원 수준이다. 경제적 이유와 아무 관계없이, 김정일 입장에서 볼 때 국가대 국가로서 형평성(?)을 좀 맞추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


고위 탈북자에 따르면 과거 한때 김정일은 “일본을 눌러야 한다”며 일본 엔화와 북한 원화를 4대 1로 맞추라고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북한 돈 1원에 4엔 가치를 억지로 맞춰라고 하는 바람에 한때 평양에서 일본 관광객이 살인적인 물가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김정일의 이 결정은 경제적인 고려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이번 화폐교환도 이른바 ‘강성대국’을 지향하면서 ‘조선(북한) 돈의 가치’가 미국 달러, 중국 위안화와 엄청난 차이를 보이면 안된다는 김정일의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시장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 북한판 신흥부자들에 대해 ‘얼차려’를 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002년 7.1 조치 이후 시장이 확대되면서 중국과의 무역으로 돈을 번 ‘큰 손’들이 늘었다. 김정일이 수령독재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돈 많은 자가 늘어나면 자신의 절대 권위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가능성이 잠재한다. 또 김정일 입장에서 만에 하나, 돈 많은 자와 일부 권력 엘리트, 군부 엘리트가 막후에서 손 잡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물론 권력 있는 사람들이나, 무역을 해서 돈을 번 사람들의 경우, 북한 원화보다 달러, 위안화를 더 많이 갖고 있을 것이다. 김정일 입장에서 보위부나 보안성의 비공개 조사 외에 이를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긴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이들로 하여금 부를 축적하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돈 가진 자들에게 ‘얼차려’ 교양을 하는 부수적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화폐교환이 실제로 북한 주민들의 민심에 미칠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에서 시장 의존도는 매우 높다. 시장을 통해 생계비, 병원비, 교육비 등 기초 생활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치로 가장 손해본-사실상 망한- 계층은 현금을 많이 갖고 장사하는 중간 유통상인들이다. 이들은 시장에서 ‘말발’도 큰 편이고, 제한적이지만 민심을 좌우하는 역할도 한다. 앞으로 이들의 반발이 어떻게 나타날지 지금으로선 예상하기 어렵다.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킬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강제적인 시장 위축은 나중에 북한 주민들의 생계터전인 시장을 중심으로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3~4개월 후에 나타날 이번 조치의 ‘후과’가 어떨지 예의주시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북한 서민들의 이번 겨울은 많이 추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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