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폐개혁 가능성 낮다

▲ 북한에서 새로 발행된 200원권 지폐 <사진: 연합>

북한이 1000원권(2002년 하반기), 5000원권(2002년 10월) 신화폐를 발행한 데 이어 최근 200원짜리 새 화폐(사진)를 발행, 92년 북한이 일시 단행한 화폐개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3년간 순차적인 신(新)화폐 발행은 7.1 경제조치 후 인플레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또 북한 당국이 새 화폐를 찍을 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것도 현실적인 이유인 것 같다. 새 화폐를 발행하려면 종이, 잉크, 조폐기계 등을 중국으로부터 구입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구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순차적인 발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92년 당시 화폐개혁은 1:1 교환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새 화폐로 교환할 시간을 주지 않고 얼마간의 교환량만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무효화시켜 대소동이 있었다. 이 때문에 구(舊)화폐는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92년 화폐개혁, 서민들 완전 쪽박

1992년 7월 중순, 북한 당국은 방송을 통해 “오늘 낮 12시부터 내일 낮 12시까지 한 가구당 399원을 기준으로 돈을 바꾸어주며, 그 이상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은행에 예치, 저금하라”고 발표했다. 예치된 돈은 지시가 있을 때까지 현금으로 가져갈 수 없다. 당시 사람들은 장사하느라 은행에 돈을 넣지 않아 국고가 텅 비어있던 상태였다.

92년 당시, 은행에 돈이 없어 노동자들의 임금이 석 달 이상 밀렸지만, 중국 화교들과 재일교포 집에는 은행보다 더 많은 돈이 저축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으면 시중에 유통되는 돈이 없을 정도였다.

당시 북한 당국은 화교와 돈 많은 사람들을 목표로 개혁을 실시했지만, 현실은 목표로 했던 사람들은 다 빠져나가고, 돈 없는 노동자들과 한 푼씩 모은 사람들은 졸지에 휴지조각만 쥐었다.

돈 많은 사람들은 화폐개혁을 미리 예견하고 북한 돈을 모두 달러나 엔으로 바꾸어 살아 남았다. 당국이 종이와 잉크를 중국에서 사들여 오기 시작하자 중국인들은 북한에 있는 친척과 화교들에게 “당국이 돈을 바꾸려 하니, 가지고 있는 돈을 빨리 현물과 바꾸라”는 소식을 보냈다. 화교들이 먼저 금과 달러로 바꾸었다. 평양에 살고 있던 유명한 왕(王)씨 화교는 수천만 원을 모두 달러와 엔으로 바꾸고, 남은 돈으로 북한상품을 사서 중국으로 건너갔다. 이 직후 화폐개혁이 있었다.

물가 올라도 화폐개혁 못할 듯

북한이 지금 화폐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보인다. 화폐개혁에 따른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신권을 순차 유통시키면서 구(舊)화폐를 수거하고, 저액권을 퇴출시키며, 고액권을 발행해 통화량을 감축하는 방법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 주민들의 반발을 피하려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현재 주민들이 모두 장사길로 나선 마당에 다시 한번 92년과 같은 악몽이 되풀이 된다면 김정일에 대한 불만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화폐개혁을 해봐야 경제회생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측면도 엿보인다.

만약 이 상황에서 다시 92년과 같은 ‘대혼란’이 일어난다면 북한 주민들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한영진 기자 (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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