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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내륙지역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홍역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에 치료제를 요청하고, 홍역 발병지역 주민들의 여행을 제한하고 있다.
2월 중순 중국에 온 북한주민 양경철(가명)씨는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홍역 전염 상황에 대해 “평안남도 안주, 개천, 순천 지방은 작년 12월부터 귀 뒷부분, 얼굴, 목, 팔과 몸통으로 붉은 반점이 생기는 사람들이 발생하면서 홍역이 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이에 북한당국은 1월부터 직장과 협동단체, 인민반을 통해 “홍역에 걸린 사람은 병이 치료될 때까지 일체 학교나 기업소에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요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양씨는 “평양-청수(평북 삭주군)행 열차에서 ‘위생검역증’ 검열이 전에 없이 강화되었다”며 “열차 보안원들이 위생검역증이 없는 사람들을 정주시와 삭주군 보안서 집결소로 이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평남 거주인 양씨도 평양-청수행을 타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위생검역증이 없어 중간에서 내려 자동차를 얻어 타고 국경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보안서(경찰서) 2부(여행증명서 발급부서)에서 시, 군 위생방역소의 경유를 거친 위생검역증이 있어야 통행증을 떼어준다”고 말해 북한당국이 과거 전염병 발생시기와 마찬가지로 여행제한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역은 홍반성 구진이 귀 뒷부분에서 생기기 시작해 24시간 내에 얼굴, 목, 팔, 몸통에 퍼지며, 2일째에는 대퇴부, 3일째에는 발가락에까지 순차적으로 퍼지며, 2∼3일 동안 40도의 고열을 동반하는 등 증상을 가진 전염병이다.
국제적십자사(IFRC)도 19일 지난해 11월부터 양강도 일대에 홍역이 발생하기 시작해 약 3천명의 주민들이 이 병에 감염되었으며, 지금까지 4명의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당국 “물 끓여 먹이고, 땀 내게 하라” 지시만
당국은 홍역 증상이 있는 가정에 “물을 끓여 먹이고, 방을 덥게 하여 땀을 내게 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민간치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양씨는 전했다.
한편 “홍역에는 노루 피가 특효”라는 소문이 돌면서 시장에는 노루피를 얻으려는 주민들이 늘어나 그 값이 세배 네 배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은 홍역 등 질병에 대비해 노루의 피를 솜에 묻혀 말려서 보관하다가 병이 발생하면 그것을 물에 불린 다음 그 물을 마시게 하는 등 민간요법을 쓰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사람이 태어나 홍역은 한번 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워낙 면역이 약화된데다 치료제가 없어 일단 홍역에 걸리면 2차 감염인 폐렴으로 이전될 위험성이 크다.
홍역 예방 백신이 턱없이 부족한 북한은 환자들을 치료하지 못하고 홍역 발생지역을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1986년 처음 홍역이 전파되었을 때도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3월, 4월까지 대학생들의 방학을 연장하고 홍역 감염자들을 대학 기숙사에 격리시켜놓고 숙식시킨 바 있다.
양씨는 “장사길에 나서야 하는 주민들의 발목을 홍역이 잡고 있다”며 성홍열 전염 등 잇따른 전염병 때문에 주민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