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홈리스’ 급증…”빚 못 갚아 집 잃고 거리로”







▲북한 시골 지역의 주택(上)과 평양의 일반 주택(下 왼쪽), 고층 아파트(下 오른쪽)./러시아의 웹 디자이너 아르테미 레베데바 씨가 웹사이트에 게재한 사진

1990년대 중·후반 이후 경제난과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파산 이후 집을 버리고 떠돌아 다니는 ‘홈리스(Homeless)’가 북한 내에서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집을 빼앗기거나 당국에 의해 강제로 추방당한 사람들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사람의 왕래가 잦은 역 주변의 다리 밑에서 생활하는데 한 곳에 보통 60~70명 가량이 자리를 잡고 있다. 평안남도 평성, 함경북도 길주, 김책, 황해북도 사리원 등이 대표적인 은신처로 우리 사회의 노숙자들이 역이나 지하도 인근에 몰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꽃제비’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꽃제비’라고 하면 먹을 것을 찾아 역전이나 장마당을 떠돌아 다니는 어린아이들을 일컫는 말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에서는 집이 없어 떠돌아 다니는 사람을 ‘꽃제비’라고 부르고 있다.


이 외에도 집이 없는 주민들은 사금채취를 할 수 있는 곳이나 산골로 들어가 움막을 짓고 살기도 하는데, 일반 주민들의 눈에도 거의 띄지 않은 채 은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양강도 출신의 한 탈북자는 양강도 풍산군과 함경남도 부전군 경계 지역에서만 봤던 움막만 해도 100여개가 넘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돈을 주고 주택을 거래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나 주택의 절대부족과 빈부격차로 인한 주택매매 수요의 급증으로 주택 암시장이 발달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주민들은 국가로부터 집을 배정받을 때 ‘입사증(국가주택이용허가증)’을 발급받아 입주하게 된다. 이 ‘입사증’은 엄밀히 말하면 주택에 대한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 개념이지만 특별히 주택에 대한 사용 기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한번 입사증을 취득하면 사실상 해당 주택에 대한 소유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돈 빌리고 못 값으면 집 뺏기고 노숙자 신세=북한 주민들은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돈주'(대부업자)들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장사가 잘 되면 문제가 없지만, 실패하면 집안의 물건이나 집을 빼앗기고 길거리에 나앉을 수 밖에 없다.


2004년 탈북한 이영석(가명. 양강도 혜산 거주) 씨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사람들은 길거리를 떠돌거나 지방산골로 들어가 움막을 짓고 뙈기밭(화전)을 일궈 산다. 또 사금채취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경우가 았다”면서 “이런 꽃제비가 전국적으로 못돼도 5%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5%라는 수치는 북한 주민 2400백명 중 12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떠돌아 다니거나 산속에서 움막을 짓고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이 씨가 밝힌 수치가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는 꽃제비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내 주거 형태의 신 풍속도 중 하나는 시골이나 지방은 물론이고 도시에서도 외곽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지방 또는 변두리 주택 배정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주택부족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주요 도시의 경우에는 주택 부족으로 분가(分家)를 못 해 여러 세대의 가족이 같이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나마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 창고나 지하에라도 들어가는 실정이다.


북한 아파트 지하는 반항공대피용(주민대피용)으로 지어진 곳으로 평상시 비워둬야 하지만 뇌물로 무마할 수 있다. 아파트는 도·시 행정위원회 도시경영과 주택배정지도원이 관리하지만, 지하는 도시 안전부 반항공과장이 직접 관리하는 곳이다.
   
2007년 탈북한 김우선(가명. 평안남도 평성 거주) 씨는 “술, 담배 등 뇌물을 주면 아파트 지하에 사는 것도 묵인될 수 있다. 결국 이곳도 돈 있는 사람들이나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집 없어 헤어져 살다 이혼까지도=제대군인과 신혼부부의 경우 이러한 주택부족 현상 때문에 몇 년 씩 주택 배정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부모집이나 친척집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지만,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혼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고 한다. 결혼 후에도 같이 살지 못하고 각자의 가족들 집에서 떨어져 살다가 이혼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0년 탈북한 강려숙(가명. 평양 거주) 씨는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집이 없어 떠돌아 다니는 부부부들이 생기게 됐다. 이들은 처음에는 떨어져 살다가 결국 이혼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이어 “평양에서는 장사를 위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지방으로 쫓겨나는 수 밖에 없다”며 “어느 여자가 평양에 살다가 지방으로 가겠나. 자기는 친정집으로 들어가고 남편은 지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도 월세 등장…중개인 조직 생겨나=돈을 갚지 못한 주민들이 집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다가구 소유자들이 생겨나게 됐고, 이로 인한 주택매매도 성행하고 있다. 또 집을 비워두게 될 경우 월세를 놓는 경우도 있고, 주택 임대 계약을 전문으로 하는 중개인 조직까지 생겨났다.


강 씨는 “평양에는 남편이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부인과 아이들만 집에 남아 있는 것이 어려워 대부분 친정집에 가 있는데 이때 (자신이 살던 집은) 월세로 내 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주택 거래 시에는 “본인과 세입자 사이에 거간꾼(중개업자)이 반드시 참여한 가운데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했고, 거간꾼의 역할은 “돈을 떼고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화폐개혁 이후에는 북한 돈의 가치가 완전히 떨어졌기 때문에 팔지 않고 오히려 월세를 받고 내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지방에서는 북한돈 1만5천원 정도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화폐개혁 이후 먹고 살기 바쁘니까 부모와 자식 간에 살림을 서로 합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며 “이 경우 (거간꾼에게) 돈을 얼마주고 계약서를 작성해서 집을 세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종합대학 등 대학 진학을 위해 평양에 올라온 학생들이 주로 월세방을 구해 생활한다고 한다. 내부 소식통은 평양 지역 월세 시세에 대해 “월 150~200달러(북한돈 47~63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부유층 사이에선 주택 교환 성행=또한 평양의 일부 부유층들은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윗돈을 주고 ‘입사증’을 바꾸는 방식으로 주택을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과 달리 달러로만 매매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택거래 가격은 지역별로 차이가 나지만 평양이 가장 비싸고, 평북 신의주, 양강도 혜산 순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함남 함흥 등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은 수요가 적은 만큼 싸게 거래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의 경우 현재 방 3~4칸(약 26평)짜리 집이 1만 달러(북한돈 31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양강도의 경우 아파트 한 채에 보통 3600~6000 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단층일 경우에는 1800~2400 달러 정도지만, 장사가 잘 되는 지역일수록 가격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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