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대북정책에서 압박에 앞서 대화와 외교를 내세우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의 새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일단 미국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당선자의 대북정책은 민주당의 전통적 대북정책의 전통을 잇고 있다. 그는 외교에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며 다자주의 접근을 주장한다. 또 북핵 6자회담을 유지하면서 미북간 양자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자는 더불어 지난해 7월 ‘대통령이 되면 집권 첫 해에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 지도자들을 조건없이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변, 김정일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부시 대통령과 분명한 입장차를 보여왔다.
대북 협상의 내용 면에서도 오바마 당선자는 핵문제 해결에 국한하지 않고 미사일, 재래식 군비통제, 인권문제 등을 포함해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포괄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일단 오바마 당선자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호불호’는 분명치 않다. 다만 북한이 미국 대선기간 전후로 후보들의 정책 및 대북 적대시론을 경계하고 비난했지만, 이번 제44대 미 대선에서는 오바마 후보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보여줬다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 6월 9일자 조선신보는 “조선의 지도자와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공언해 온 오바마가 부시의 아류이자 네오콘의 허수아비인 매케인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지난 달 16일자 노동신문도 “매케인은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적대 국가 지도자들과도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회담하겠다고 말한 것을 천진난만한 것으로 야유했다”고 소개하는 방식으로 오바마의 ‘양자 협상론’에 관심을 나타냈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오바마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이후 대미협상에 대한 전략 수립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7일 미국 민간단체의 토론회 참석을 빌미로 방미 중인 북한의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오바마 당선인 측과 가질 접촉에서 북한의 첫 입장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방미 중인 북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오바마 당선자 측과 접촉을 갖는다는 것은 일단 북한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공화당, 특시 부시 대통령과 감정의 골이 깊었던 만큼 좋은 결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기본적인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듯이 미국을 ‘주적’으로 인식하는 북한의 시각에 있어서도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민주당의 유연한 대북접근법에 대한 ‘실리’에 대한 기대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와병중인 김정일의 상태에 따라 대미정책에서도 신중한 행보를 할 가능성이 크다. 존 바이든 부통령 지명자 등 민주당 내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원칙론자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북한은 오바마 당선에 따라 체제에 대한 위협이 감소할 것이라 기대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전반적인 입장은 지속되겠지만 민주당이 덜 강경하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문제, 미사일, 개방, 인권문제 등이 있지만 적어도 부시 행정부처럼 김정일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표출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긍정적 제스처를 하면서 한편으로 실무적 회담을 통해 최대한 실리를 얻으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일 건강문제나 북핵 진전 또는 체제변화를 전제하고 정상회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쪽에서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실무 중심의 대화채널을 통해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은 오바마의 당선을 환영할 것”이라며 “실무차원의 직접대화를 통해 최대한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면서 주한미군철수 등의 정치적 효과도 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송 연구위원은 “민주당이 북한 인권문제 개선에 관심이 많은데 북한은 이 문제가 자신들의 아킬레스건 인만큼 ‘근본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 협상과정에서 뒤로 미루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