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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 혜산에서 지난해 말부터 이삼십대 젊은 여성들에 대한 납치와 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국가보위부까지 나서 수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보위부 예심처장 심경일은 최근 열린 양강도당 비서처회의(도당 책임비서 주관 회의)에서 지난달부터 연쇄적으로 발생한 여성들의 행불사건을 ‘인신매매단에 의한 납치사건’으로 보고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를 했다고 한다.
다른 소식통도 “작년 12월부터 한 달 동안에만 7명의 여성들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실종된 여성들은 혜산시 인근에 거주하는 20∼30대 여성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외지에서 장사를 나온 젊은 여성 3명이 연쇄적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달리기 장사꾼’들로 가지고 다니는 현금이 많기 때문에 범죄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안 당국은 추측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여성들의 연쇄 실종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총 9명이 신고된 상태. 양강도 혜산에 7명, 혜산시와 인접한 운흥군 대오시천(리)과 보천군에서도 각각 1명의 여성이 행방불명됐다고 한다.
실종 사건이 발생한 초반에는 주민들 사이에 “중국으로 도망쳤지 않겠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월경을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젊은 여성들까지 연이어 실종되자 인신매매단에 의한 납치라는 소문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납치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사라진 여성들이 모두 14세부터 30대 초반 여성들이라는 점과 이들 중에 집안이 부유한 여성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에 대한 납치사건으로 민심이 소란해지자 당국은 인민반 회의를 소집, “여자들이 혼자서 외진 곳에 밤늦게 다니지 말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인신매매단이 젊은 여성들을 중국으로 팔아 넘기기 위해서는 국경경비대를 매수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중국으로 납치됐을 경우 국경경비대가 사건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심지어 사람들 속에서 지금 납치사건이 ‘중국 올림픽 때문이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 사람들이 ‘올림픽 때 외국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해 조선 여자들을 성 노리개로 끌고 간다’는 소문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장마당과 직장 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들에서 “납치범들이 마취약에 적신 손수건으로 여자들을 납치 한다”, “대낮에 골목길에 숨어서 지나가는 여자들을 덮친다”등의 괴소문도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위부가 상부에 인신매매 가능성을 높게 보고했지만, 아직 확실한 단서가 없는 상태. 인신매매단에 의한 납치인지 연쇄 살인사건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양강도는 동절기에 눈이 내려도 대부분 녹지 않고 도로 주변에 쌓인다. 12월이 지나면 도로 주변에는 거대한 눈 덩어리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눈덩이가 녹는 봄이 되면 여기서 시신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따라서 이들이 납치 이외의 범죄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양강도 출신 탈북자 이 모 씨는 “2004년 3월 말경 혜산시 연풍동에서 보천군 화전리로 통하는 도로에 있는 눈구덩이 속에서 3구의 시신이 발견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