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침수 피해를 입어 그동안 생산이 중단됐던 양강도 혜산 청년광산(혜산광산)을 ‘150일 전투’ 성공의 본보기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은 ‘150일 전투’ 관련 주민 강연자료에서 혜산광산이 막장 복구는 물론 원래 생산계획의 140%를 초과 달성했다며 ‘혜산청년광산 광부들의 영웅적 투쟁을 본보기로 삼자’는 선전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왔다.
혜산광산은 자강도 화평과 함께 최대 추정매장량 40만톤의 북한 최대 동(銅)생산지다. 2005년 인접한 삼수발전소에서 언제(댐) 쌓기를 시작하면서 침수돼 그동안 생산이 중단된 상태였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북 당시 혜산광산 공동 개발을 약속하고 복구에 나섰지만 올해 초 핵실험 등의 여파로 중국이 설비 지원을 중단한 사실이 있다.
북한 당국은 아직도 남아있는 감탕 퍼내기 작업이 한창인 혜산 청년광산에서 채굴 목표량의 140%를 달성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100일 전투’와 관련, 주민들에게 신심을 주기 위해 혜산광산을 비롯한 일부 공장, 기업소들에서 ‘150일 전투’ 결과를 과대 포장하여 선전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지난 17일(토요 강연회)에 진행된 ‘세계를 감동시킨 150일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강연회에서 혜산 청년광산의 생산성과가 소개됐다”며 “강연자는 ‘모든 것이 부족한 조건에서 집체적인 힘과 지혜를 짜내 유에서 무를 창조하고 영웅적인 위훈을 세웠다’고 요란하게 선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인민반을 대상으로 나온 강연자료들에서도 혜산청년광산을 크게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혜산광산 복구는 북한의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1970년대 중반에는 연간 동정광 생산량이 1만톤에 달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전기 사정 악화 등으로 4천톤 수준에 머물렀다.
혜산광산이 생산을 정상화하면 연간 소득이 수백억에 이르게 된다.
북한 광물 자원 연구분야 출신 한 탈북자는 “현재 북한 광산의 생산량은 80년대의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혜산광산이 완전 정상화 돼 1만톤 규모의 고품위 정광을 생산할 경우 3천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광산의 현실은 북한 당국의 선전과는 다르다.
그는 “혜산광산은 아직 복구중에 있기 때문에 국가적 생산계획이 없다. 광산 자체로 생산 계획을 짜서 복구가 끝난 일부 구간에서 극히 적은 양을 생산하는 형편”이라며 “이런 상태에 있는 광산을 두고 ‘영웅적 투쟁이요, 본보기요’하고 떠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혜산광산은 아직까지 주변 마산1동과 2동, 춘동 주민들을 동원한 감탕 퍼내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복구된 갱도에서 정광생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 달에 고작 10톤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미 복구된 500평도(지하 500m 수평갱)에서 캐낸 동정광을 광차가 들어갈 수 있는 180평도(지하 180m 수평갱)까지 광부들이 매일 등짐으로 나르고 있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지난 5월에 낙원기계연합기업소에서 스덴(불수광)관을 들여와 지하 700m까지 배기관(공기순환장치)을 설치했다”면서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자면 지하 500m까지 콘베이어와 게지(케이블카)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배수작업(갱내 지하수를 퍼내는 작업)을 하는 전기는 모두 중국전기를 사서 쓴다”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려면 전기문제도 풀어야 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가적인 생산계획도 없는 조건에서 생산계획을 140% 초과해 수행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모든 생산량이 비밀화되어 있기 때문에 실지 생산량은 공개하지 않고 생산계획을 몇 % 수행했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소식통은 “위에서 150일 전투 성과를 이렇게 과장하고 있다”며 “‘150일 전투’ 성과를 이렇게 과장하는 것은 이번 전투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분위기가 크게 확산되면서 위(북 당국)에서 이를 차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는 ‘150일 전투’를 몇 번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