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상전략 말려 ‘납북자’ 진전 없이 종료

제8차 남북적십자회담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한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회담 마지막 날인 12일 자정을 넘기는 마라톤협상 끝에 이산가족 대면상봉 한 차례와 화상상봉 두 차례를 추가 실시하는 것으로 회담은 마무리됐다.

남북은 또한 기존 상봉자 20가족을 선발해 CD 형식의 영상편지교환을 추석에 시범 실시하기로 했다. 화상상봉은 8.15와 추석에 맞춰 남북 각각 40가족씩 실시하고, 대면상봉은 추석을 계기로 제16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남북 각각 100가족씩 갖기로 했다.

남북은 당초 12일 오후 2시 종결회의를 갖고 이번 회담을 종결하기로 했었지만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12일 자정을 훌쩍 넘겨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예정된 시간을 넘긴 장기간 릴레이 협상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국이 회담에 앞서 목표치로 내세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실질적 진전’과 ‘이산가족 상봉 확대 및 정례화’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실질적 진전을 내세운 남측의 요구에 맞서 ‘현행 이산가족 상봉의 틀에 포함시켜 추진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11일 저녁부터는 남한 언론이 ‘국군포로·납북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며 회담을 보이콧할 듯한 제스처를 취해 우리 협상단을 압박했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대상자에 대한 생사확인 요구에 대해 ‘행정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현행 방식을 고수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이산가족과 국군포로·납북자들은 경우 ‘적대계층’으로 분리돼 있어 거주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생사확인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북측의 주장에 수긍하는 것은 그들의 협상전략에 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남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 시작에 앞서 양대 의제로 삼았던 국군포로‧납북자의 별도 상봉추진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남측 수석대표인 장석준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이들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우리측 구상을 북측에 전달하고 충분한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쌍방이 상호 접점을 찾지 못해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해결을 위한 지속적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시기 및 그 이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한 생사 주소확인 문제를 이산가족 문제에 포함시켜 협의·해결해 나기기로 했다”고 밝혀 납북자 가족들이 요구해온 ‘이산가족 문제와 분리 추진’이 사실상 어렵게 됐음을 시인했다.

이와 대해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이번 적십자회담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북은 지난해 4월 장관급회담에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고 수차례 회담이 있었지만 여전히 알맹이 없는 합의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의사가 없는 북한과 언제까지 이러한 형식의 회담을 되풀이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남북은 ‘우리민족끼리’라는 말만 외치지 말고 피해 가족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음에도 2005년 합의된 인도주의 분야 협력사업인 평양 적십자종합병원 현대화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제9차 적십자회담은 10월말 경에 금강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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