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현대아산 모자’ 언급 주목

정부가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법규 및 기존 계약 무효’를 선언하면서 억류 중인 유 모 씨에 대해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이전 남북 대화에서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어떤 사람을 가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 때 이런 표현을 사용해 왔으나 공식문건에서 이 같은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 15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은 개성공업지구에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자의 문제를 가지고 소란을 피우면서..”라고 언급했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이와 관련, “북한이 공식문건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유 씨가 현대아산 직원이 아닌데 현대아산 직원임을 가장했고, 따라서 이 문제는 개성공단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는 북측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 씨가 현대아산 직원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이 같은 북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면서도 “북측이 유 씨 문제를 남북간 합의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북한법에 따라 처리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북한의 ‘현대아산 모자’ 언급은 간첩죄 등의 혐의를 씌워 북한법에 따라 유 씨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유 씨를 쉽게 풀어줄 의사가 없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유씨에 대해 간첩죄 등 혐의를 씌워 북한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것으로까지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원래 ‘당국자 등 누구누구의 모자를 쓰고’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면서 “우리 정부나 언론에서 유 씨 억류 문제를 계속 부각시키는 것에 대한 북측 나름의 대응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북측의 ‘현대아산 모자’ 언급에 대해 “북측이 유 씨의 간첩 혐의를 실제 확인했다면 진작 훨씬 더 강하게 직접적으로 비방했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유 씨 억류 연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표현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북한이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현대아산 모자’를 언급한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현재로서는 유 씨 억류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들에 대한 재판을 다음 달 4일 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유씨를 그전에 풀어주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유 교수는 “북한이 억류 중인 유 씨를 먼저 풀어주면서 미국 여기자들 석방의 극적인 효과를 반감시킬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 “미국 여기자들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유 씨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유씨에 대한 억류.조사는 18일로 50일째를 맞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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