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옛 건군절이자 김일성이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인 4월 25일을 국가명절이자 공휴일로 지정한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20일 ‘정령’ 발표를 통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인 4월 25일을 국가적 명절로 제정한다”며 해마다 4월 25일을 국가적 휴식일로 한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북한에는 휴식일이 크게 3가지다. ▲‘민족최대의 명절(4.15(김일성 생일(1974년 제정)), 2.16(김정일 생일(1982년 제정))’, ▲양력설, 음력설, 추석, 공화국 창건일(9·9), 당창건기념일(10·10) 등 국가명절, ▲일요일 등 일반 공휴일로 분류된다.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4·25)도 이제는 당창건기념일처럼 국가명절로 쇠겠다는 뜻이다.
광복 이후 김일성 집권기에는 실제 1948년 2월 8일 정규군이 창설된 날을 건군절로 기념해 오다가 김정일의 후계자 시기인 1978년부터는 김일성이 1932년 반일인민유격대(조선인민혁명군)를 조직했다는 4월 25일을 건군절로 바꿨다.
그러다가 2011년 김정은 정권 들어 지난 2018년부터는 정규군 창건일인 2월 8일을 건군절로 다시 제정하면서, 기존 건군절이었던 1932년 4월 25일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바꿨다. 이에 북한군 내부에서도 시대가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군의 뿌리, 즉 근본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를 각종 우려를 잠재우면서도 최근 군에 지속 강조되고 있는 일종의 ‘백두의 혁명 정신’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백두에서 시작된 건군의 뿌리를 길이 새기려는 국가적 차원의 조치”라면서 “즉, 혁명무력의 창시자라는 수령님(김일성)과 항일무장투쟁의 업적과 정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군 전반의 기강(紀綱)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정령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창조하신 백두의 혁명전통을 대를 이어 옹호고수하고 주체의 혁명 위업을 끝까지 계승완성하려는 것은 우리 인민의 확고부동한 신념이며 의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번 조치에 본인의 리더십만으로는 군을 제대로 통솔하기 힘들다는 김 위원장의 판단도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건군절을 바꾼 뒤 ‘수령도 인간이다’는 일종의 숭배를 서서히 희석하는 선전·선동사업을 진행했음에도 군에는 아직까지 그 영향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면서 “즉 아직 권력 안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수님이 선대(先代)에 대한 충효심을 강조하면서 주체혁명위업 계승의 중요성을 군 간부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