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햇볕늪에 빠진 南 아킬레스건 잡아

북한의 미사일 발사후 며칠간 침묵을 지켜온 노무현 대통령이 여론의 뭇매를 의식했는지, 11일 일본 정치인들의 ‘선제공격’ 발언에 대해 “물러서려야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아닌 일본을 향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정부의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대통령이 꼭두새벽에 회의를 소집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심각한 대책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냐”며 “국적도 국익도 없는 보도”라며 강변했던 정부다.

그러면서도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애써 침묵했다. 오히려 지난 9일엔 “과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나라의 안보차원의 위기였는가”라고 반문하며 “굳이 일본처럼 새벽부터 ‘야단법석’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외교관례에 어긋난 정제되지 못한 발언들을 마구 쏟아냈다.

국민들이 모두 잠들어 있을 시간, 동해 상공엔 우리 민간항공기가 날아다니는 시간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미사일을 쏘아댄 북한의 군사도발 행위는 “북핵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벌인 고도의 정치적 압박 행위’”라고 입맛에 맞게 해석하면서, 그야말로 실제 행동(선제공격)은 거의 불가능한 일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선 ‘군국주의의 부활’이라며 두 눈에 쌍심지를 켠다.

더욱이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 상황 점검회의에선 “일본이 과거 자국민 보호를 침략의 빌미로 삼았던 사실에 비춰볼 때 이는 일본의 침략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깊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경대응 의지를 밝혔다.

또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도 “한반도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군사대국화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일본 정치인들의 오만과 망발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언뜻 보기엔 미사일 문제의 원흉이 북한이 아닌 일본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정부와 여당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늑장 대응과, 정부의 안보인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독도 문제로 대다수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일본에게 시선을 돌리려는 물타기 전략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독도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소원했던 한-일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밀려온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에 대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제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에 맞서, 그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 동조하는 현 정권의 태도로 인해 한-일 관계뿐 아니라 그동안 여러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한-미 관계에도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같은 결과는 김대중 정부 이후 8년간 지속되고 있는 대북화해협력을 기조로 하는 ‘햇볕정책’의 결정적 오류에서 기인한다.

남한의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점철된 대북정책이다 보니 이를 입안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 대통령이 11일 약속이라도 한 듯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 동시에 털어놨다. 이것은 DJ와 노무현 정권이 얼마나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는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11일 남북장관급 회담 북측 권호웅 내각참사는 만찬사에서 “북-남 쌍방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건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건 이 궤도에서 절대로 탈선하지 말고 우리 민족이 선택한 6.15의 길을 끝까지 가자”는 발언은 ‘우리민족끼리’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햇볕 추종자들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붙들고 있는 형국이다.

박현민 기자 phm@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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