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제도전복을 노린 적대시 정책이 철회된다면 우리는 단 한개의 핵무기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생억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입장을 피력하면서 핵포기와 관련한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9일 베이징에서 회동을 갖고 7월 마지막주 6자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한 이후 핵포기와 관련해 밝힌 첫 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미국의 가중되는 핵위협 때문에 할 수 없이 핵무기를 보유한 만큼 이치상으로 핵문제가 해결되려면 대북 핵위협과 적대정책이 철회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북한의 핵포기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핵위협이란 미국이 대북 핵선제공격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데다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계획이 언제라도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 항시적으로 핵위협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도 “우리와 미국이 기술적으로 전쟁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조선 핵선제 공격기도가 어느 순간에 실전화될지 가늠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이것은 역으로 미국과 관계 정상화만 이뤄진다면 북한은 더이상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고 체제 전복도 노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며 이것은 곧 북한의 핵포기를 의미한다는 것을 밝힌 셈이다.

노동신문이 “적들의 제재와 봉쇄강화 등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핵무기를 갖추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품(자금과 인력 등)이 많이 드는 것이었다”고 말한 데서 북한의 속내가 잘 드러난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풀고 북.미 수교 등 양국간 관계 정상화를 이룬다면 먹고 살기도 힘든 속에서 굳이 많은 돈을 들여 핵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6.17면담에서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며 핵문제가 해결되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고 동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 사찰을 모두 수용해 철저한 검증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방북해 영변 핵시설을 둘러보고 북한 고위 외교관계자들을 만났던 셀리그 해리슨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 선임연구원도 이미 제조된 핵무기가 북.미간 관계 정상화와 연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측 관계자들은 해리슨에게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오고 사업가들이 상주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킨다면 북한이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원조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년여만에 6자회담 복귀를 결심한 북한은 향후 회담에서 핵개발 프로그램 동결과 폐기문제를 논의하되 이를 통해 미국과 수교 등 관계 정상화를 최종 목표로 삼고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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